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기업들이 한국에 잇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바이오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극심한 공급 부족을 겪은 후 ‘생산 현지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한국을 중심 생산지로 꼽는 모양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일 ‘제2차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추진 중인 ‘K-글로벌 백신 허브화’ 정책 추진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글로벌 바이오 원부자재·장비 기업인 독일 싸토리우스는 산업통상자원부·복지부·인천광역시와 3년간 인천 송도에 3억 달러(한화 약 3500억원)를 투자하는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앞서 싸토리우스는 작년 11월 인천에 1억 달러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 MOU는 이를 3억 달러로 확대해서 확정하는 내용이다. 싸토리우스는 ▲일회용 세포배양백(세포·바이러스 등을 배양하기 위한 일회용 통) ▲세포배양배지(세포를 키우기 위해 배양체가 필요로 하는 액체 형태의 물질) ▲제약용 필터(의약품의 불순물과 유해균을 제거하는 필터) ▲멤브레인(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켜 혼합물을 분리할 수 있는 막) 등 다양한 원부자재를 한국에서 생산해서 전 세계 수출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을 북미, 유럽에 이은 또 하나의 생산 허브로 만들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싸토리우스는 이 솔루션을 다 생산할 수 있는 종합 생산시설 건립을 계획한다”며 “2022~2024년 3년 간 투자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국 싸이티바 역시 지난 9월 ‘한미 백신 협력 협약 체결식’에서 한국 내 세포 배양백 생산시설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2∼2024년 5250만 달러(약 621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싸이티바가 국내에서 생산하려는 주요 원부자재는 팬데믹 이후 극심한 수급난을 겪었던 일회용 세포배양백이다.
이 같은 투자 확대는 코로나19 이후 원부자재 공급부족을 겪은 기업들의 생산시설 현지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생산시설은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 제조 시 꼭 필요한 일회용백을 받는 데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팬데믹이 발생하면 유럽·미국 생산시설론 전 세계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아시아에 생산지를 두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생겨났다”면서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싸이티바의 경우 ‘아시아 지역에 공급할 물량은 아시아에서 생산하자’는 현지화 전략을 세웠다. 싸이티바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과 경쟁해 한국에 최종 투자 결정을 했다.
특히 한국 백신 및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일회용백 등 국내 바이오 소부장 수요가 매우 커졌고 앞으로도 성장이 예상된다”며 “특히 아직 한국의 싱글유즈 시장이 크진 않지만 전보다 활용하는 회사가 많아졌고 더 가속화될 것이다. K바이오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형 제조시설의 운영은 고용창출을 의미하기도 한다. 싸이티바의 경우 생산시설 신설로 약 3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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