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에 세금을 매긴다는 당정 합의 및 관련 법안 통과 이후 여당이 끊임없이 ‘과세 유예론’을 밀어붙이고 있다.
암호화폐 과세를 둘러싸고 늘 이어진 당·정 간의 이견이라 그러려니 넘길 수 있지만 이번엔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내년 과세에 변함없다는 세제 당국을 향해 “무소불위 아집”이라는 독설을 날리며 강한 압박에 나섰다.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기본 250만원을 공제하고 그 이상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 20%를 메길 방침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 준비 미흡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내년 가상자산 과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반면 정치권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당정 합의 후 가상자산 과세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과세 방침이 확정됐음에도 틈만 나면 ‘유예론’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이 여당발 ‘유예론’ 압박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대선 공약에 반영될 가능성을 언급하고, 민주당 인사들의 ‘유예’ 주장도 과거와 달리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2023년부터 과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히면서 “현장과 전문가를 무시한 채 원칙만 고수하는 건 기재부와 국세청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열린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당에서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공식적인 추진 방향에 대해 당정 또는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재논의 방침을 못 박듯이 말했다.
여당의 압박은 3일 열리는 ‘가상자산 과세 현안 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앞서 ‘군불때기’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의 주축인 2030세대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여당이 과세 유예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면서 내년 1월 시행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시행까지 두달밖에 남지 않은데다가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 정치권의 유예 압박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커 결국 정부당국이 백기를 들지 않겠느냐는 일부 관측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여당의 과세 유예 주장은 대선 앞 젊은 MZ세대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매우 좋지 않은 선례이지만 기재부만으로는 당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라며 “청와대가 나서 올바른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여전히 내년 과세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한 당국자는 “과세 관련 인프라(기반시설) 구축 등 내년 1월 과세 시행에 차질없이 준비를 잘하고 있다”며 “입법 조치가 이미 끝이 났고 과세형평성을 위해서도 예정대로 과세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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