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대출금리 오름세가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결정 등을 고려할 때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내년 초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현재 금리가 최대 5%대 중반까지 높아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1%p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리 인상 요인이 이미 선(先)반영돼 있기에 향후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연일 상승하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5월말 연 0.935%에서 10월말 1.743%로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의 기준금리인 신규 코픽스는 5월 0.82%에서 9월 0.95%로 상승했다.
이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지난 5월말 연 2.54~4.46%에서 지난 1일 3.97~5.37%로, 같은 기간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 상품의 금리는 2.36~4.16%에서 3.31~4.81%로 올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2.13~3.69%에서 3.35~4.68%로 상승했다.
또한 시중은행의 우대금리 축소·폐지 등도 금리 인상에 한몫한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은행마다 우대금리 혜택을 줄이거나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을 한껏 높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에도 대출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고 가계대출 증가율도 4~5%로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은행들이 대출 수요가 줄면 영업수익이 감소하기에 마진을 확보하려고 대출금리를 더욱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주담대 금리가 5%대인데 내년이 되면 (한국은행이) 미국의 테이퍼링 등을 감안해 대선 전에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이후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 (우리나라 역시) 금리가 더 오르면 올랐지 하락할 개연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내년도 주담대 금리에 대해선 “내년에 최소 (기준금리가) 2번 오르면 지금보다 최소 1%p 이상 올라 주담대 금리는 6% 이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11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내년 초에 또 올릴 수도 있기에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대출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6%지만 내년에는 더 낮다”며 “은행은 일반적으로 상반기에 대출을 많이 하고 하반기에 관리를 해왔지만 내년에는 상반기부터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 인플레이션, 국채 발행 수요 등으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 이를 반영해서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라며 “다른 요인을 줄이는 방식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부 측에서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분은 거의 다 반영이 돼 있다고 보면 너무 빨리 올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마 조정을 받을 것이고 이후에 적정 기대수준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르지만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결국 서민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금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더 올라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라든지 생각하면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당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대출 영업에 제한이 걸릴 것으로 우려했지만 예대마진 확대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엿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규제에 의한 수혜는 은행들이 보고 있는 것“이라며 ”총량 관리가 없었다면 금리를 이렇게 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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