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조절 필요”
민간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부채가 적을 때보다 경제성장률을 2배가량 더 크게 떨어뜨린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8월에 이어 이번 달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속도 조절론’을 꺼내든 것이다.
KDI가 4일 발표한 ‘민간 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부채가 평균 추세치보다 많은 고(高)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경제성장률이 3개 분기에 걸쳐 최대 0.1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저부채 국면에서는 최대 0.0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고부채 국면의 금리 인상이 저부채 때보다 경제성장률을 2배가량 더 많이 끌어내린 셈이다.
보고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채 갭이 장기 평균 추세치보다 높을 때를 고부채 국면으로 평가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민간 부채는 빠르게 늘어나 GDP 대비 민간 부채가 상당히 높은 고부채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올해 2분기(4∼6월) 민간 부채는 GDP 대비 219.2% 수준까지 올랐다.
이처럼 부채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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