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아파트 사느니 청약…수도권 3분기 초기분양률 100% ‘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5일 16시 52분


서울 중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서울 중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 News1
# 서울 노원구에 있는 1676채짜리 A아파트. 상반기(1~6월) 내 ‘영끌’ 매수가 몰리면서 올 8월말 만해도 매물이 5건뿐이었다. 이후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이 쌓이기 시작했고 5일 현재 매물 건수는 43건에 이른다. 전용 49㎡ 호가는 기존 신고가(6억5000만 원)보다 2000만~3000만 원 가량 떨어졌다.

# 서울에서 9월 말 분양한 강동구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는 389채 모집에 13만여 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337.9 대 1에 이르렀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당 분양가가 인근 지역 시세보다 크게 낮은 점 때문에 수요가 몰린 것이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주택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반면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한 채도 빠짐없이 팔리며 ‘완전 판매(완판)’ 수준에 이르렀다.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과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로 기존 매매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줄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청약시장에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초기분양률 동향’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수도권 초기 분양률은 모두 100%였다. 초기 분양률은 분양 개시일을 기준으로 3~6개월이 지난 시점의 전체 분양 세대 중 계약이 체결된 세대 수의 비율을 말한다.

서울과 인천, 경기 세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100% 계약으로 이어졌다. 수도권 3개 지역의 초기 분양률이 동시에 100%를 나타낸 건 HUG가 2014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2분기도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 초기 분양률은 100%였지만 당시 인천의 분양률은 99.9%였다.

기존 주택 매매시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7로 8주 연속 하락했다. 이 같은 지수는 올 4월 둘째주(100.3)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지수는 8월 초만 해도 108에 육박했다가 10월 20일 105 아래로 떨어진 뒤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마포, 서대문, 은평구가 있는 서울 서북권 매매수급지수는 99.8로 기준선(100) 이하로 떨어졌다.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여파로 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구입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 워낙 변수가 많아 매수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며 “청약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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