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 거래가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꺾이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함께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 건수가 지난 8월에는 25.8%에 불과했으나 9월 28.8%로 늘어났고, 10월(3주 기준) 38.4%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추석 전까지만 해도 꼿꼿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10월 들어 관망세가 짙어지는 등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자 최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은 급매물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실거래가 하락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2차 전용 84㎡는 지난달 30일 9억9000만원(9층)에 손바꿈됐다. 지난 8월27일 10억4300만원(6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000만원 가량 내린 것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59㎡도 지난 8월 12억4500만원(16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3000만원 가량 낮은 12억1500만원(15층)에 팔렸다.
성북구 정릉동 푸른마을동아 전용 84㎡도 지난달 3일 7억1000만원(7층)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였던 8월29일 8억(10층)보다 9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도봉구에서 지난달 가장 거래가 활발했던 단지의 월평균 실거래가를 비교했을 때도 하락 추세가 확인된다. 도봉구 도봉동에 위치한 도봉한신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전용 84㎡가 6건 매매 거래됐는데 평균 가격은 7억716만원(1층 제외)이었다. 이는 지난 9월에 거래된 6건의 평균 가격 7억1000만원 보다 300만원 가량 하락한 것이다.
부동산 지표들도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지수 변동률은 지난 6월 2.28%로 오른 뒤 7월 2.04%, 8월 1.79%, 9월 0.99%(잠정치) 등 3개월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주택가격 흐름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매매수급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7를 기록해 지난 4월 12일(100.3)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 특히 5개 권역 중 은평·마포·서대문구가 포함된 서북권은 99.0로 매수자 우위로 돌아섰다.
시장에 매물도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4074건으로 한 달 전(3만8916건)과 비교해 13.3% 증가했다. 용산구 매물 증가율이 21.3%로 가장 높았고, 도봉구(21.1%), 중랑구(20.8%), 강서구(19.5%), 강북구(18.9%)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매수세가 확연히 줄어든 것은 집값이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인식 확산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연말 들어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 물량이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양도세 중과로 인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제한적인데다 매매 가격을 떠받치는 전세 가격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구매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격을 명확하게 하락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시세보다 싼 가격의 매물들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양도세 중과 문제 때문에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고, 내년 민간 아파트 입주량이 감소하는 등 수급 상황이 올해 보다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올해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일부 지역에서는 매도 호가를 낮춘 매물이 하나 둘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유지하면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은 정비사업 이슈와 신고가 경신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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