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대출금리가 얼마나 치솟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예금금리는 인상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겨우 1% 안팎을 맴도는 수준이다.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금리를 올릴 명분이 생겼지만 예금금리는 여전히 은행 자율에 맡기고 있어서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8개 은행에서 지난 9월 중 취급된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34%로 집계됐다.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하더라도 4.13%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47개 상품 기본금리(1년 기준) 평균은 1.08%에 그쳤다.
대출금리는 1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취급된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82%(서민금융 제외 3.62%)에 불과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부터 0.50%로 쭉 유지되다가 올해 8월 들어서야 0.25%포인트를 인상했는데, 대출금리는 이 인상폭보다 큰 규모로 꾸준히 오른 셈이다.
최근 은행들의 호실적은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에 기인하는데 당국이 이를 눈감아준 영향도 있다. 예대마진이 늘어난 것에 대해 당국의 입장은 “연초부터 지켜보고 있다” 정도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권 회동에서 예대마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계대출 관리 협조 등 명목으로 당장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한 뒤 가감조정금리를 제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가감조정금리란 은행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 조정 금리 등을 말한다.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한도 축소 등으로 대응해왔다.
고 위원장은 지난 3일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최근 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이 늘고 은행권의 이득이 국민들의 이자 부담에서 나온다는 비판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최근 금리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며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그것이 반영돼 대출금리에도 반영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예대마진이 높아지는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그런 기대가 계속될 수 있다”며 “서민금융 쪽에 대해 더 많이 신경 쓰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년간 국내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로 벌어들인 수익은 1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 예대금리차 및 수익내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 수익은 24조8961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8년 39조4867억원이었다가 이듬해 39조8335억원, 지난해는 40조원을 넘겨 40조3133억원을 기록했다. 3년간 총 119조633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 기간 가장 많은 수익을 남긴 건 국민은행(18조8778억원), 기업은행(15조6588억원), 농협은행(15조5861억원) 순이다.
이에 대해 “현재 예대금리차는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나 대출자산 규모 확대에 따라 이자이익이 증가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국내 은행들의 평균 예대금리차가 2018년 2.06%에서 지난해 1.78%로 98% 감소한 반면 수익은 2018년 39조4867억원에서 지난해 40조3133억원으로 403% 불어났다.
강 의원은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로 10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건 결국 은행이 국민들의 빚으로 자신들만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이라며 “예대금리는 은행 자율 권한이지만, 금감원이 은행 대출금리가 투명하게 부과되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인상 근거에 문제가 있을 시에는 엄중히 제재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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