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로 차량 운행 중단 상황에 놓인 화물차 기사 중 일부가 고육지책으로 요소수 없이도 시동을 걸거나 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불법 개조에 나서는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경유차에 의무 장착된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선택적 촉매장치(SCR)를 개조하면 요소수를 넣지 않아도 운행을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터넷 카페 등에 불법 개조에 대해 문의하거나 의뢰하는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요소수 없이 경유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불법 개조를 ‘정관수술’이라는 은어로 지칭하며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6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화물트럭 운전기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불법인 줄 알지만 집안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정관수술 업자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울산에 (불법 개조) 장인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큰 거 2장을 요구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다른 이용자는 “정비공장 한바퀴 쭉 도는데 거의 다 정관수술 중이다”라는 목격담을 올리기도 했다.
경유차 SCR 불법 개조는 별도 부품을 달거나 전자제어 장치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용은 140만~220만 원 선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300만 원까지 올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요소수 설정을 조작하는 장치(에뮬레이터)가 5만 원 안팎에 판매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쓴 게시글 아래에는 “조급한 마음에 판단력이 흐려져 주문했지만 장착한지 10시간 뒤 출력저하가 왔다. 놀라서 바로 뗐다”는 구매 후기가 달렸다. “요소수 대신 정제수를 (배기가스 저감 촉매제로) 쓸 수 있다” “소변으로 요소수를 만들 수 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2015년부터 출시된 경유차는 유로6 기준에 따라 부착된 SCR가 배기구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줘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준다. 요소수가 없으면 승용차의 경우 시동이 안 걸리고 화물차는 출력 저하로 시속 20km 정도의 속도만 낼 수 있게 설정돼 있다.
불법 개조를 하면 요소수가 부족해도 운행은 할 수 있지만, 적발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다. 특히 저감장치를 무력화하면 1등급 발암물질 등 오염물질이 최대 10배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대기오염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이뤄지는 개조를 적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단속반이 매연 색깔을 보고 비디오로 판독하거나 달리는 차를 멈춰 세운 뒤 배기구에 측정기구를 넣어 판독하는 정도다. 지난해 이런 식으로 단속해 기준 초과로 적발된 차는 전국에 3056대에 불과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요소수 사기 판매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북에서는 요소수를 판다고 속여 8000여만 원을 입금 받은 뒤 가로채는 피해가 발생했다. 요소수 빈 통을 구하는 문의가 느는 것도 가짜 요소수를 제조해 유통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요소수를 싸게 판매중이라는 얘기가 돌아 순식간에 주문이 몰렸지만 전산오류로 확인돼 구매취소 안내 문자가 발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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