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대기업 80곳-中企 236곳 조사
국내 기업의 88%가 새해를 두 달가량 남긴 현재 시점까지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물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급난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업 계획 수립을 마친 기업들도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1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투자 계획을 세웠거나 세우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11.7%에 그쳤다. 현재 계획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32.1%였고, 검토도 시작하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절반이 넘는 56.2%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대기업 80곳과 중소기업 236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응답 기업의 68.0%는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불확실성이 계속되거나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화될 것(32.0%)이라는 응답의 두 배가 넘는다. 재계 관계자는 “원자재, 물류비 전망치가 너무 빠르게 달라지고 있어 수차례 사업 계획을 손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계속되는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 대란 등으로 빚어진 원자재 수급난이다. 조사에 응한 기업의 37.7%는 ‘원자재 수급 애로 및 글로벌 물류난’을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철강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거나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조달이 어려워 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도 ‘물가 안정 및 원자재 수급난 해소’(31.0%)였다. 경기활성화(25.0%)나 기업 투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23.1%)보다도 더 많은 기업이 물가 안정 및 원자재 수급난 해소를 정부 과제로 꼽았다.
한편 정부는 요소수 품귀 대란을 계기로 범용 수입 품목에 대한 공급망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희토류 등 희소금속 35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338개 핵심 품목 등에 대한 공급망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왔다. 앞으로는 1만 개가 넘는 범용 수입 품목 가운데 요소수처럼 원자재 공급 차질이 생길 수 있는 품목도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강한 마그네슘이나 실리콘 등이 관리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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