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가격지수 1년새 31% 올라… 밀-옥수수 등 곡물가격은 22%↑
국내 유제품-라면값도 인상 행렬… 김장철 소금값은 1년새 24% 껑충
가공식품 오름세에 외식물가 들썩
전문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 식품값 크게 올라 서민 고통 커져”
세계 식량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고공비행하고 있는 장바구니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식품업체들이 라면,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을 줄줄이 올린 가운데 외식 물가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라면값 12년 8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09.89로 1년 전에 비해 3.1% 올랐다. 국수(19.4%), 라면(11.0%), 비스킷(6.5%), 빵(6.0%) 등 밀가루를 재료로 쓰는 식품의 가격이 많이 뛰었다. 특히 라면 가격은 2009년 2월(14.3%) 이후 1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회사들은 밀가루와 팜유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여름부터 줄줄이 라면 가격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도 홈런볼, 카스타드 등 주요 과자의 가격을 10%가량 올렸다.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은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제품 업체들이 지난달 우유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이달 롯데푸드도 파스퇴르우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나섰다. 팔도는 이달부터 비락식혜 등 음료 24종류의 가격을 평균 8.2% 인상했다.
지난달 식용유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2.3% 올랐다. 김장철을 앞두고 수요가 많아진 소금 가격은 1년 새 23.9% 치솟았다. 고추장(8.3%), 물엿(8.0%), 식초(6.2%), 설탕(6.0%) 등 조미료 가격도 많이 올랐다.
○ 세계 식량 가격,시차 두고 국내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
세계 식량 가격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 국내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3.2로 전달보다 3.0%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1.4% 오른 것으로 2011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이라고 할 때 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 등 5개 품목군별로 국제 가격이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은 1년 전보다 22.4% 올랐다. 팜유, 유채씨유 등 유지류 가격도 73.5% 급등했다. 육류(22.1%)와 설탕(40.6%) 가격도 많이 올랐다. 세계 식량 가격은 시차를 두고 국내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된다.
농축수산물에 이어 가공식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외식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2% 올랐다. 생선회가 8.8%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죽(7.6%), 막걸리(7.4%), 갈비탕(6.5%) 등도 가격이 뛰었다. 김밥(4.8%), 라면(3.9%), 떡볶이(3.5%) 등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분식류 가격 역시 인상됐다. 치킨 값은 3.8%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제 가격 상승에 따른 식품 가격 인상이 10년 만에 최대 폭(10월 3.2%)으로 오른 국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으로 우려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특히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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