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요소수 사태가 촉발되며 산업계 전반에서 공급망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8일 정부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제한 정책으로 디젤차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요소수 생산 원료인 요소 재고가 이달 말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이달 말까지 요소수를 생산할 수 있는 재고만 보유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 역시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하고 호주로부터 2만L의 요소수를 수입키로 하는 등 요소수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이번주 중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동차·철강·물류 등 산업계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환경부에 따르면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가 부착된 차량은 승용차 133만대, 승합차 28만대, 화물차 55만대 등 216만여대에 이른다. 특히 물류업계에서 사용되는 대형트럭의 경우 요소수 수요가 많아 자칫하다간 요소수발 물류대란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물류업계는 통합물류협회를 통해 이번 요소수 사태에 공동 대응하고 있지만 요소수 부족에 대한 위기감으로 인한 일반 차주들의 사재기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닉이 위기를 부르는 상황”이라며 “1만5000~2만㎞마다 요소수를 주입하면 되는 일반 승용차 차주들이 요소수를 20L씩 미리 사두고 있고, 이로 인해서 품귀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2015년 SCR부착이 의무화된 후 도입된 차량이 요소수 사태에 영향을 받는데, 일반 택배 차량인 1t 트럭의 약 20%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정부·업계와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신차에 요소수를 주입한 상태로 판매하고, 서비스망을 통해 요소수를 보충해줘야 하는 자동차업계 역시 요소수 품귀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가 부착된 신차에는 요소수를 넣어서 판매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요소수 수급을 위해 판매처 다변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철강업계 역시 요소수 품귀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현장에서 활용되는 레미콘차량과 철강재를 운반하는 트럭 등에 요소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의 경우 요소수 재고를 1개월치 가량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요소수 대란의 배경은 중국과 호주간의 석탄전쟁이다.
중국은 호주가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하자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고, 이에 따라 석탄공급량이 부족해지고 가격도 크게 올랐다. 자국 물량이 부족해지며 중국 정부는 요소를 수출 제한품목으로 묶었고, 이는 한국의 요소수 대란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요소 중국 수입 의존도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97%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공급망 붕괴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국제공조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고 있는 것 같다. 잘 만드는 것들을 서로 원활하게 공급하면 되는데 코로나19 이후 자국 이기주의가 강해지며 조금만 위험해도 무역장벽을 세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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