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년 후의 경영 환경은 팬데믹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기업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새로운 비전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21세기에 혁신을 이룬 글로벌 기업과 팬데믹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 기업을 고루 연구해 온 마크 존슨 이노사이트 수석 파트너(사진)는 8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새롭고 명확한 비전’을 꼽았다. 그는 “애플은 20년 전 ‘닷컴 버블’ 시기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아이팟과 아이폰에 대한 계획을 세우며 장기적인 안목을 잃지 않았다”며 “위기 상황에서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리더야말로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인 고(故)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창업한 컨설팅 회사 이노사이트에서 수석 파트너로 재직 중인 그는 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양한 기업의 전략 고문으로 활동하는 혁신 분야 전문가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21’의 연사로 나서는 존슨 수석 파트너는 “비전과 전략을 새로 세울 때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서부터 시작하는 ‘역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역엔지니어링이란 공학 분야에서 완성된 제품을 분해해 어떤 기술과 설계가 들어갔는지 살펴보는 작업을 뜻한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리더가 계획을 세울 때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일단 실천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에 부합하다고 생각할뿐더러 무엇이든 진행되기 시작하면 안도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자각 없이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실행하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반대로 현재 상황에 구속되면 점검해야 할 요인이 많아 실행에 옮기기가 어려워진다. 그는 “미래를 출발점으로, 현재를 도착점으로 정한 후 어떤 이정표를 세워야 할지 고민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역엔지니어링 접근법은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 과정에 자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결정할 때도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새로 만든 비전을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새 비전을 좇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된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하거나 일시적으로 배당금이 줄면서 주주들 사이에 불안감이 형성될 수 있다. 존슨 수석 파트너는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비전 선언문을 명확하게 작성하고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작성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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