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조 원의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은 자동차 수십만 대 수출과 맞먹는다. 민관이 힘을 모아 글로벌 50위 이내 K제약바이오 업체를 만들어내야 한다.”(장병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동아일보와 채널A가 9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제약·바이오 경쟁력 강화와 R&D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제24회 동아 모닝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내 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들이 논의됐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최근 몇 년간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이 24조5655억 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6.9% 성장했고, 수출은 9조9648억 원으로 199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1조3940억 원)를 달성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백신 위탁생산을 맡으면서 국내외에 관련 생산 시설의 우수성도 보여줬다. 장 부회장은 주제발표에서 “국내 백신, 의약품 생산 능력은 세계 2위 수준이고, 임상시험 점유율은 세계 6위로 우수한 편”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연구개발(R&D)과 정부 지원 등을 극복 과제로 꼽았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은 R&D에 수천억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연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로슈, MSD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격차는 크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은 “임상 2상을 넘기면 3상은 성공률이 절반 이상 되는데, 마케팅 비용이나 규모의 경제 때문에 기업들이 도전을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제품화 단계까지 가야 큰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적극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연세대 의대 특임교수)은 “선진국들은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신약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찬우 KB인베스트먼트 바이오투자그룹장도 “한국도 신약 투자를 위한 ‘메가펀드’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파이프라인(신약 물질)을 확보하며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M&A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협업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장 부회장은 “협회에서 각 회사가 가진 물질을 모으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기업 간 칸막이를 걷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경수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상무는 “병원과 제약사, 정부와 민간이 함께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혁신한다면 국내에서도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김진석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축사를 통해 “정부, 학계, 산업, 임상현장 모두 협업해 제약산업 기반을 성장시키고 플랫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춰 다가올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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