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확보 경쟁→배달비 인상→음식값 올려 ‘악순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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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컨슈머 리포트]〈2〉치솟는 배달비 논란

직장인 장모 씨(32)는 배달앱으로 1만1000원짜리 설렁탕을 자주 주문해 먹었다. 하지만 최근 매장 판매가격이 9500원이라는 걸 알게 된 뒤 더 이상 주문하지 않는다. 배달팁 2000원을 더하면 체감 외식비는 매장에서 먹을 때보다 훨씬 높아지는 게 못마땅해져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앱 이용자가 늘면서 배달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단건 배달 경쟁으로 배달료가 계속 오르면서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료 인상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여서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불만이 누적되는 상황이다.

○ 소비자 68% “배달료, 지금 이상은 못 내”
동아일보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가 20∼50대 성인 남녀 13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8%가 ‘최근 1년간 배달음식 이용에 드는 비용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62.2%는 ‘배달음식 확대로 전반적인 외식 물가 인상이 우려된다’고 했다.

10명 중 8명(77.5%)은 ‘매장에서 식사할 때보다 배달해 먹을 때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응답자의 37.1%는 ‘배달비가 들어서’라고 답했다. ‘최소주문금액을 맞춰야 해서’(22.8%), ‘배달앱에 적힌 메뉴 가격이 매장 메뉴판에 적힌 가격보다 비싸서’(14.8%) 등을 이유로 꼽은 사람도 많았다. 배달료를 “지금 수준 이상으로는 못 내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67.8%에 달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음식점 업주들이 배달비 상승으로 받고 있는 압박도 크다. 서울 성동구에서 15년째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62)는 올해 2만3000원이었던 족발 소(小)짜 메뉴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2만8000원으로 올렸다. 기본 배달료가 자꾸 올라서였다. 이 씨는 “배달비 상승 주기가 짧아졌는데, 그때마다 올리면 손님들의 거부감이 커져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배달앱 “프로모션 따른 적자 심각”
배달료가 자꾸 오르는 건 배달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단건 배달을 제공하는 배달앱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들 대형 업체가 자체 프로모션을 통해 배달비를 지원해주며 라이더를 쓸어가자, 배달대행업체도 덩달아 배달료를 30%가량 올렸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에 배달원이 40%가량 빠져나갔다”며 “배달대행업체도 음식점들과 상생하는 관계다 보니 배달비를 무조건 계속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현재 배달비를 유지하자니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달앱들은 출혈 경쟁을 고민하면서도 배달원 확보를 위해선 배달료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프로모션으로 인한 적자가 심각해 내부 고민이 많지만 이미 소비자들이 30분 단건 배달에 익숙해져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배달비 인상 요인이 더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7월부터 특수고용노동직인 배달원의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됐고, 내년 1월부터는 고용보험도 의무 가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정부의 구조적 지원 없이는 배달서비스 비용 문제가 플랫폼, 점주, 라이더, 소비자 간 치킨게임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달비 인상#음식값 인상#배달앱#배달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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