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거래건수 서초 56% 급락… 호가 낮추고 매물 10% 가까이 늘어
재건축 조합원 여유분 물량도 유찰, 강남권 아파트 관망세 전환 뚜렷
전문가 “시장 조정 가능성 커져”
#1. 9일 서울 송파구 A아파트는 매물이 총 220채 나와 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25.7% 늘어난 수준. 9500채 규모의 대단지이지만 9월과 10월 매매는 총 14건에 그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전용 84m²가 23억8000만 원으로 역대 최고가에 팔렸지만 이달 초부터 집주인들이 호가를 2000만∼5000만 원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2.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삼호가든맨션3차를 재건축한 디에이치라클라스. 조합이 여유분으로 보유하고 있던 물량(보류지)이 지난달 5채 나왔지만 모두 유찰됐다. 최근에는 잔금 납부 기간이 기존 50일에서 90일로 늘어나 다시 나왔지만 응찰자가 여전히 없다. 가격은 전용면적 59m²와 84m²가 각각 27억 원, 33억 원. 집값 상승기엔 가격이 높아도 강남권 보류지 매물은 바로 팔렸지만 이번에 이례적으로 유찰됐다.
서울에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에서 매물이 쌓이고 재건축 조합원 여유분 물량이 잇달아 유찰되는 등 강남권 시장이 관망세로 전환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거래절벽도 심화되고 있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아파트 거래 신고건수(계약일 기준)는 1652건으로 전월(2695건)보다 38.7% 감소했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올해 최소치다.
강남권 거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서초구와 송파구는 지난달 각각 73건, 74건으로 전월 대비 56.3%, 39.8%씩 감소했다. 강남구는 10월 191건으로 9월(144건)보다 늘었지만 임대였다가 분양 전환 중인 자곡동 LH강남힐스테이트(126건)를 제외하면 실제 거래된 경우는 65건에 그친다.
현장에서도 매물을 찾는 수요가 급감하는 등 바뀐 분위기가 감지됐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400채 규모의 대단지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실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추격 매수자가 급등한 가격을 뒷받침해 줄 때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매수심리 위축으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 3483채에서 이날 3831채로 9.9% 늘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와 송파구 매물은 각각 9.7%, 3.2% 증가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많이 신중해졌다”며 “최고가를 따라 사기보다 급매가 나오면 연락 달라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매도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건 매매수급지수에서도 드러난다.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6월만 해도 110을 웃돌았지만 지난달부터 100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치가 낮을수록 매수세가 줄고 매도세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보류지 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서초구 서초우성1차를 재건축한 ‘래미안리더스원’도 보류지로 나온 4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강남역 인근 서초우성1차를 재건축한 곳으로 전용 74m²가 26억 원에, 전용 84m²가 30억 원에 나왔었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에서 여전히 최고가 거래가 한두 건씩 나오고 있지만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부장은 “매물이 쌓이고 호가가 낮아지며 과열됐던 시장이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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