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하나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요소수 부족으로 촉발된 물류대란 우려는 청소차, 구급차 등 공공부문까지로 번졌고 농가의 비료에도 영향을 미치며 먹거리 문제 불안까지 야기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요소수가 산업계와 사회 전반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데에는 특정 필수 원자재에 대한 과도한 수입 의존도 있지만, 예견된 상황을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지난달 11일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가시화 된데다, 그보다 앞선 올해 초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중국은 에너지 대란 겪고 있었다. 이 여파로 중국은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의 수출 제한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다 2019년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사태를 겪었음에도 수입처 다변화에 대한 교훈을 되새기지 못하고 그동안 안일한 대처를 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회에서도 정부의 늦은 대처와 안일한 위기관리 의식이 인재를 불러왔다는 질타가 잇따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유성열 코트라 사장에게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움직임을 언제 인지했는지를 따져물었다.
10월 초에 인지했다는 유 사장의 답변을 들은 조 의원은 “10월 초에 인지해놓고 20일이나 묵혀서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하는 저따위 행위(를 보였다)”며 “인터넷만 봐도 하루 이틀이면 보고서를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 사장은 “책임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고,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정부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초기에 적극성을 갖고 했더라면 상황이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며 “아프게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이 터져나오는 이유는 앞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품인 불화수소를 확보하지 못해 위기를 겪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소부장에 대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급도를 높이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선 일본의 리스크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중국, 특히 중국의 국제분쟁이 우리에게 미치는 직간접적 피해에 대한 ‘차이나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요소수처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밀려났던 중국의 수입 품목들을 재점검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것 중 문제가 될 것은 많이 챙겼다. 정작 제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 대해선 놓쳤던 것이고 안일하게 대응도 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에게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해외로 수입해서 쓰는 중간재를 비롯해 모든 상품 및 물품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전략 물자 품목의 범위를 좀 넓히고, 관리의 범위라던가 개념도 바꿔야 한다”며 “법과 규정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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