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량용 요소수 부족 대책으로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 가능 여부를 다음 주 초쯤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유차 차주들 사이에서 차량 고장과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유차주는 “SCR 교체 가격만 200만, 3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확실한 보상 대책이 없다면 쉽게 산업용 요소로 만든 요소수를 차에 넣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들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산차업계와 수입차 업계 모두 산업용에서 전환된 요소수를 활용해본 적이 없다. 한 유럽계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발표 후 경유차 고객들로부터 차량에 문제가 없겠냐는 문의가 들어오지만, 우리도 해줄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용 요소의 경유차 활용은 본사에서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요소가 쓰인 요소수로 불거질지 모를 차량 고장에 대한 책임 소재도 정리해야할 과제다. 보험업계에서는 요소수 사용으로 인한 차량 고장은 ‘사고’가 아니기에 보험 보장이 어렵다고 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수를 넣은 차량이 사고를 일으키고, 사고 원인이 산업용 요소수에 있는 게 명백해지면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그 원인을 검증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차가 주행 중 내뿜는 오염물질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는 차량용 요소수 규격에 맞게 제작됐다. 차량용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요소 함량은 31.8~33.2%, 포름알데하이드 함량은 ㎏당 5㎎ 이하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반면 선박, 소각장, 제철소, 화력발전소 등에서 쓰이는 산업용은 대개 40% 정도의 요소를 함유하고 있지만 법적 기준은 없다.
산업용 요소를 쓴 요소수를 넣을 경우 당장은 차량 주행에 지장이 없더라도 장시간 주행이 누적되면 어떤 영향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긴 시간 동안 충분하게 검증해야하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활용을 일주일 만에 검증하고 결론을 내리는 건 부담이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산업용과 차량용은 요소 농도의 차이일 뿐 큰 걱정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암모니아 등의 불순물이 요소수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고, SCR에 맞게 희석시켜 농도를 낮추면 된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SCR을 오염시키는 ‘황’을 요소 코팅용으로 쓰는 비료용 요소만 아니라면 산업용이라 불리는 40% 농도의 요소수도 경유차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며 “요소수에 포함된 불순물의 영향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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