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전방위 규제와 대출 금리 상승의 여파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대출은 10월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7조9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2000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올해 5월(―1조6000억 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적다. 8월(6조1000억 원), 9월(6조4000억 원) 증가액과 비교하면 1조 원 이상 줄었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5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 데다 대출 금리가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74조5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7000억 원 늘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이 강화됐지만 주택 매매나 전세자금 수요가 계속된 탓이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달 주택자금대출 증가액은 2017∼2019년 10월 평균 증가액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규제의 영향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059조3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조3000억 원 늘었다. 10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자금 수요도 있지만 가계대출이 막힌 은행들이 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대출이 한 달 새 2조3000억 원 늘었고, 중소기업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2조6000억 원)을 포함해 8조 원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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