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로 새 다짐… 금연보조제-아령 등 ‘결심상품’ 때이른 특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1일 03시 00분


보통 연말연시에 많이 팔리는 러닝워킹-웨이트기구 등 운동상품
‘확찐자’ 탈출용으로 3배이상 팔려… 출근 일상화-모임 재개 등 대비해
다이어트-뷰티용품 많이 찾고 취업준비-자기계발서 판매도 증가
전문가 “코로나 우울증 떨치고 ‘더 나은 삶’ 희망이 반영된 소비”

직장인 정모 씨(31·여)는 최근 2kg짜리 아령과 요가매트, 운동용 루프밴드 등을 구매했다. 처음에는 집 근처 퍼스널 트레이닝(PT) 전문점을 알아봤지만 신청자가 몰려 예약 잡기도 힘들었다. 정 씨는 “모처럼 타이트하게 운동하기로 마음을 먹은 만큼 홈트레이닝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운동 도구들을 샀다”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조치로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보통 새해에 많이 팔리는 이른바 ‘결심 상품’들이 때이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재택근무나 ‘집콕’으로 느슨해졌던 생활 패턴을 다잡으려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10일 G마켓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시행 전후인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결심상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대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결심상품은 자기계발이나 건강 관련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통상 새해를 앞둔 연말연시에 판매가 급증했다.

‘위드 코로나’ 결심상품 중 가장 인기인 건 ‘확찐자’ 탈출에 도움이 되는 운동 관련 상품이었다. 10월 한 달 동안 롯데마트에서 팔린 ‘러닝워킹’ 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가량 증가했다. G마켓의 웨이트 기구 판매량 증가률은 226%에 이르렀다. 전형적인 새해 상품인 다이어리와 청소용품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각각 33%, 84% 증가했다.

다이어트와 면역력 관련 제품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영양제나 금연보조제 등을 통해 모임과 일상생활이 재개되는 시기를 대비하려는 것이다. 직장인 이경진 씨(25·여)는 지난주부터 계획보다 이른 다이어트에 나서며 닭가슴살, 그릭요거트 등을 구입했다. 이 씨는 “거리 두기 장기화로 긴장감을 잃었는데 모임이 본격화되면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효소도 구입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40)는 “위드 코로나 시기에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다”며 “앞으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 같은데 면역력을 높여 건강을 챙기기 위해 비타민을 사서 꾸준히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에 많이 찾는 자기계발 서적에 대한 관심도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이달 1∼9일 경제경영 서적(33%), 외국어 서적(5%)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재작년 말부터 취업을 준비해온 신모 씨(28)는 최근 토픽과 오픽 관련 서적을 여러 권 구매했다. 채용을 축소했던 기업들도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다시 일자리를 늘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다. 신 씨는 “구직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나태해졌던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 내내 침체를 겪었던 헤어케어와 뷰티 용품 판매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메이크업 제품 매출이 위드 코로나 직전부터 전년보다 38% 정도 늘었다”며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던 코로나19 시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도 양해가 됐지만 위드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생활 전반에 다시 긴장감을 갖게 됐다”며 “코로나 블루를 떨치고 더 나은 삶을 꾸리고 싶어 하는 희망이 반영된 소비 흐름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가 종식된 건 아닌 만큼 스스로를 관리하려는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결심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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