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연못 속 고래’로 불립니다. 930조 원대 기금 규모에 비해 국내 시장이 좁기 때문이죠.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 다변화를 위해 큰 바다인 해외로 계속 나갈 겁니다.”
10일 ‘2021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기조연사로 나선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이 올해 말 처음 50%를 넘어서는 데 이어 2026년에는 55% 안팎까지 확대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연금은 8월 말 현재 기금 적립금 935조 원 가운데 41.1%(382조 원)를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해외 투자 중에서도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 기금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인프라 시설,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는 전통 금융자산보다 위험은 높지만 수익성이 좋아 글로벌 ‘큰손’들이 일제히 뛰어들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해외 대체투자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제 투자 집행이 목표치에 못 미치고 있다”며 “랜드마크 부동산뿐 아니라 인프라, 디지털 플랫폼 등으로 투자처를 넓혀 가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10.6%(98조5000억 원)인 대체투자 비중을 2026년 15% 안팎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조강연에 나선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도 “세계 국부펀드들이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부펀드는 국가 자산을 불리기 위해 외환보유액 등 외화 자산을 재원으로 정부가 조성한 펀드다. 지난해 세계 각국 국부펀드의 운용 자산은 9조1000억 달러(약 1경 원)에 이른다.
진 이사장은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국부펀드로서는 대체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KIC도 현재 전체 자산의 15.3%인 대체투자 비중을 2027년까지 25%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 밀착형 대체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2017년 싱가포르 지사 설립에 이어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도 사무소를 열었다”며 “해외 대체투자에 관심이 많지만 접근이 어려운 국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공동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대체투자는 아는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라며 “그만큼 리서치는 물론이고 해외 운용사나 출자자와의 네트워크와 정보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직 공무원들의 은퇴 자금을 관리하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국민연금이나 KIC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용 자산 규모는 작지만 대체투자 비중이 훨씬 높다. 지난해 말 전체 운용 자산(16조4000억 원)의 58.1%가 대체자산에 투자됐다. 최근 5년간 대체투자 비중은 11.3%포인트 늘었다. 장 CIO는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 덴마크 연금펀드 등 해외 연기금과 손잡고 공동 투자를 추진한 덕분”이라며 “해외 연기금과 행정공제회가 자금을 절반씩 대는 방식으로 대체투자를 대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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