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산업용→차량용’ 전환 실효성 논란… “고장땐 누가 책임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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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일부 운전자들 “차량 사고 우려”… 車업체 “쓴 적 없어서” 답 못내놔
“장시간 누적땐 영향 예측 불가”… “두가지 큰 차이 없어” 의견 갈려

정부가 차량용 요소수 부족 대책으로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 ‘산업용을 썼다가 자칫 차량 고장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산업용을 써 본 적이 전무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산업용 요소 및 요소수 시료의 성분 분석을 마쳤고 자동차에 넣었을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 농도 등을 분석 중이다. 차량용 요소수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요소 함량 31.8∼33.2%를 지켜야 하지만 선박, 소각장, 제철소, 화력발전소 등에서 쓰이는 산업용은 별도 기준 없이 대개 40% 정도의 요소를 함유한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요소수 품귀 때문에 급하게 이뤄지는 전환 검토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유차 운전자는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 교체 가격만 200만∼3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산업용을 쓰다가 고장 났을 때 보상을 해 준다는 대책이 없으면 산업용 요소수를 선뜻 차에 넣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모인 온라인 게시판에는 “산업용 (요소수) 쓰라 하면 휴가나 가겠다” “소방차야 국가가 수리비를 부담하겠지만 개인 화물차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관용차에나 먼저 써라”라는 반응도 있었다.

완성차 업체들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산차는 물론이고 수입차 회사들도 산업용에서 전환된 요소수를 활용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유럽계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발표 후 경유차 고객들로부터 차량에 문제가 없겠느냐는 문의가 들어오지만 솔직히 우리도 해줄 말이 없다. 산업용 요소수 활용은 본사에서도 시도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차량용 요소수는 국제표준화기구(ISO) 규격에 맞아야 한다.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전환을 허용하더라도 산업용을 그대로 차량용으로 쓰기보다는 ISO 규격에 맞춘 요소수로 제조 가공한 뒤 판매하도록 규제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규격, 수치상으로는 적합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차량 고장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 정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

자동차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수를 넣은 차량이 사고를 일으키고 사고 원인이 산업용 요소수에 있다는 게 명백하면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그 원인을 검증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고장이 나더라도 그게 요소수 때문인지 원인 규명을 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ISO 규격에 적합하고 제조 과정 및 제품 성분에서 구체적인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구상권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산업용 요소를 쓴 요소수를 넣고 당장 차에 문제가 없더라도 장시간 주행이 누적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어렵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긴 시간 동안 충분하게 검증해야 하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산업용 요소의 차량용 활용을 일주일 만에 검증하고 결론을 내리는 건 부담이 큰 일”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산업용과 차량용은 요소 농도의 차이 뿐이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암모니아 등 불순물이 요소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고 SCR에 맞게 희석시켜 농도를 낮추면 된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SCR를 오염시키는 성분이 있는 비료용 요소만 아니라면 40% 농도의 산업용 요소수는 경유차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요소수에 포함된 불순물의 영향은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요소수#산업용#차량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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