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부족과 전력난에 시달리는 중국이 요소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지난 10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요소 가격이 전월 대비 30% 폭등했다. 요소는 국제유가와 원자잿값으로 인해 고공행진 하는 수입물가에 기름을 부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품목별 수입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10월 요소(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30.0% 상승했다. 지난 2008년 5월 35.0%를 기록한 이후 13년 5개월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앞서 전월 대비 요소의 수입물가지수는 올해 1월 12.1%를 기록한 뒤 2월 7.5% → 3월 4.1% → 4월 -0.9% → 5월 12.8% → 6월 11.4% → 7월 7.8% → 8월 -3.3% → 9월 1.6%를 기록했다.
약 -10%대와 10%대 사이에서 꾸준한 등락을 반복해왔던 요소 수입물가지수가 중국의 수출 제한이 이뤄진 10월에 이례적으로 폭등한 것이다.
지난달 전체 수입물가지수는 130.43으로 2013년 2월(130.8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다. 10월 월평균 두바이유가는 배럴당 81.61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0.7% 올랐다. 이에 광산품(+99.1%)과 석탄 및 석유제품(+93.9%)이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에 더해 요소 값이 수입물가지수 상승세를 부채질한 셈이다. 중국의 석탄 부족, 전력난의 영향으로 가격이 오른 품목은 비단 요소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유연탄의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0.1%, 아크릴산은 16.2% 급등했다.
다음 주부터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측과 기존에 계약한 요소 1만8700톤(t)이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요소수로 따져보면 석 달 치 분량이다. 요소수 사태는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가운데 특정 국가에 80% 이상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3941개에 달했다. 전체 품목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국 수입 비율이 80%를 넘는 품목은 1850개였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언제든 공급망 한쪽이 무너지면서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나 미중 간 갈등이 안보와 통상에서 공급망으로도 넓어지면서 그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공급망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있어선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 리스크가 커지게 됐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 공통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은 ‘알 수 없는 불확실성(unknowable uncertainty)’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공급 병목이 전 세계적으로 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 현상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으로 인해 언제쯤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공급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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