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 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캐릭터를 본떠 만든 ‘제이릴라’ 빵집에는 있다.
지난 11일 찾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SSG 푸드마켓 1층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는 베이커리라기 보다는 우주 콘셉트 전시장에 가까웠다.
검은색 타일과 차가운 철재 선반으로 꾸민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네온사인으로 만든 깊은 터널 형태 전시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직원 10여명은 SF 영화 ‘스타트렉’ 콘셉트 빨간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빵 진열대는 매장 안쪽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만 구경할 수 있다. 빵보다도 제이릴라 캐릭터가 평소 아끼는 소장품 진열대와 캐릭터 피규어가 방문객을 먼저 맞이하기 때문이다. ‘제이릴라 콜렉션’ 진열대에는 캐릭터 평소 성격과 취향을 반영한 턴 테이블·우주 관련 서적·헬멧·고글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매장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두꺼운 철문이 베이킹 공간과 매장을 갈라놓고 있어서다. 베이킹 공간과 매장을 일부러 연결해 빵 굽는 향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일반 빵집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메뉴도 예사롭지 않다. 우주와 태양계 행성을 모티브로 개발한 디저트 약 60종 중 대표 제품은 ‘오로라 베이글’이다. 천연 색소를 사용해 분홍·검정·녹색 빛을 내며 이색적인 볼거리를 연출했다.
이 밖에 ‘아우라 크루아상’·‘로켓크로크뮤슈’·‘머큐리크러시’와 같은 작명도 이색적이다. 유리잔과 컵홀더·선물용 상자 패키지도 모두 오로라 빛으로 꾸며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냈다.
겉모양만큼이나 맛에도 공을 들였다. 매장에선 전문 파티셰 12명이 호텔에서 사용하는 재료 그대로를 사용해 갓 구운 따뜻한 빵을 판매한다. 원통을 세운 모양 디저트 ‘크림 배터리’는 신세계푸드가 제조해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생크림 카스텔라’ 맛과도 닮았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매장을 5성급 호텔을 뛰어넘는 ‘6스타’ 베이커리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는 베이커리 사업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베이커리 전문점은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신규 출점이 불가능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닮은 ‘라이언’·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베이커리 브랜드에서 선보인 얼굴 캐릭터와 같이 총수 캐릭터 마케팅 포문을 열기 위한 장에 더 가깝다는 설명이다. 제이릴라 상표권도 이번 빵집을 낸 신세계푸드가 소유하고 있다.
제이릴라는 정용진 부회장을 본떠 만들었다. 화성에서 태어나 지난 4월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소식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해왔다. 평소 정용진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에서도 실물 또는 캐릭터 상품으로 자주 등장해 익살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제이릴라를 활용한 지식재산(IP) 사업을 위해 ‘프로젝트 제이(J)’ 팀을 신설하고 2년 가까이 제이릴라에 투자해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부터 구찌·베이프·톰보이와 같은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인플루언서’로 캐릭터를 키웠다.
앞으로 신세계푸드가 제이릴라를 통해 보여줄 사업도 제이릴라 SNS 계정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여름에는 제이릴라 캐릭터 이미지를 넣은 반소매 티셔츠와 재킷을 선보였고 제이릴라 디자인을 적용한 헤드셋·바이크 헬멧 ·스케이트보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제이릴라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등 여러 사업으로 확장성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라며 “식품회사가 식품 사업에 한정하기 보다는 틀을 깨는 시도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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