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고공행진으로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인 수입물가가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올해 식량수입 금액도 역대 최고치로 치솟는 등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공포가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달에 비해 4.8% 오른 130.43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2월(130.83) 이후 8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5.8% 올라 2008년 10월(47.1%) 이후 13년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국제 유가가 크게 뛰며 수입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국내에 많이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는 10월 평균 배럴당 81.61달러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100.7% 급등했다.
수입식량 물가도 함께 치솟으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식량 수입금액이 총 1조7500억 달러(약 206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에 비해 14%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다. FAO는 지난해 가뭄과 폭우 등 기상 악화로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세계적인 물류난과 운송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수입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겹쳐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들불처럼 먼지며 ‘퍼펙트 스톰’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11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2021년 4분기(10~12월) 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12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 확대 가능성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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