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미뤄둔 기름 넣으러…” 유류세 20% 인하 첫날 주유소 장사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2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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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오늘부터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일주일 미뤄둔 기름을 넣으러 왔습니다. 집에 있는 차 두 대 모두 오늘 넣었어요.”

김모 씨(65)는 유류세 인하 첫날인 12일 서울 서대문구 한 주유소를 찾았다. 이 주유소에서는 보통 휘발유 가격이 L당 1653원, 경유 가격이 1496원에 판매됐다. 전날보다 165원, 117원씩 떨어졌다. 주유소 직원은 “손님이 전날에 비해 30% 이상 많다. ‘가득 넣어달라’고 주문하는 고객들도 늘었다”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 간 한시적으로 유류세가 20% 인하된다. 유가가 급등하며 서민 부담이 가중되자 2018년 이후 3년 만에 내린 조치다. 유류세 인하분이 실제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려면 약 2주가 걸리지만 직영·알뜰주유소 등이 첫날부터 가격 인하에 나서며 기름값을 아끼려는 운전자들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느라 분주했다.

직장인 김민형 씨(38)는 “정부가 유류세를 내린다고 해서 사흘 간 지하철로 출·퇴근했다”며 “주말에 (부산에서) 경남 창원으로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해 아침 일찍 기름을 가득 채웠다”고 말했다. 이날 기름을 넣은 1t트럭 운전기사 정상일 씨(43)는 “요소수 대란에 기름값까지 치솟아 이중으로 고통을 겪었는데 유류세 인하로 기름값이 떨어져 한숨 돌린다”고 말했다.

저렴한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가 크게 늘어 한국석유공사의 유류 정보사이트 ‘오피넷’은 한때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오피넷에서는 전국 주유소의 기름 값과 유류세 인하 전과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다. 전북 전주시의 한 알뜰주유소를 찾은 김기영 씨(35)는 “유류세가 인하된다고 해서 ‘오피넷’을 보고 찾은 주유소에 10분 넘게 운전해 왔다”라고 했다.

반면 가격 인하를 하지 않은 주유소는 인하분을 반영한 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L당 100원 이상 나다보니 드문드문 차들이 오갈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은 주유소를 찾은 양정일 씨(48)는 “기름값이 내리면 넣으려고 기다렸는데 가격이 그대로여서 당황스러웠다”며 “당장 운행을 해야 해 오늘은 2만 원어치만 주유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북구에 사는 50대 주부 A 씨는 “유류세가 내린다는 소식을 못 들어 어제 차량 2대의 기름을 넣어 억울하다. 2만 원 정도 손해본 것 같다”고 푸념했다.

산업부는 유류세 인하 당일 주문물량이 평소의 2.5배 가량 폭증할 것으로 보고 저유소를 24시간 운영하고 배송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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