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글로벌 수출 경쟁, ‘코피티션’이 해답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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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지난달 헝가리에서 열린 ‘번 유니언(Berne Union)’ 총회에 참석했다. 번 유니언은 각국 수출신용기관들이 맺은 연맹이다. 수출신용기관들은 기업들의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을 담보해 기업들이 수출과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돕는다.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운영전략을 수립하는 운영위원회 13개 기관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트렌드가 비대면, 탄소중립, 디지털 등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주도권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기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공급망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탄소중립을 이유로 기후변화 대응 종합 입법안인 ‘핏포55(fit for 55)’를 내세우며 역내 기업 보호에 나섰다.

그런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수출신용기관들이 왜 연맹을 맺고 협력하고 있을까. 수출신용기관들의 보험료 및 금리 인하 등 소모적인 경쟁이 국부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들의 과도한 지원은 통상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기관들은 1996년 미국 예일대 배리 네일버프 교수와 하버드대 애덤 브란덴버거 교수가 제안한 ‘코피티션(Coopetition)’ 개념에서 답을 찾고 있다.

코피티션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로 상호 협력과 공정 경쟁을 통해 ‘윈윈’이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현대차, SK, 포스코 등 대표 기업들의 수소기업협의체 등 국내에서 미래 준비를 위한 코피티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덴마크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등 5개국의 수출신용기관들은 대만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자국 기업 참여를 지원하려 나섰다. 이들은 번 유니언 취지에 따라 코피티션을 통해 금융 조달을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석탄화력발전 지원 중단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국경을 넘어 힘을 모으고 있다.

무역보험은 코피티션의 훌륭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기관들과의 협업은 물론이고 힘겨루기 대상이던 외국 정부 및 발주처에 사전 금융한도를 제공해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우리 무역이 역대 최단 기간 1조 달러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무역보험을 활용한 코피티션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선전하는 데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슈앤뷰스#코피티션#수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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