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꽃’이라 불리는 임원 승진 문이 10년 새 더 좁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기업의 절반 이상에서 임직원 100명 중 1명도 임원이 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사이 국내 주요 기업 임원들의 평균 나이는 다소 높아졌다.
15일 동아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액 상위 기준 50대 주요 기업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임직원 수 대비 임원 비율은 1.3%로 나타났다.
10년 전(1.5%)과 비교해 0.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10년 전 임직원 67명 중 1명이 임원이었다면 올해는 77명 중 1명만이 임원이라는 의미다.
임직원 100명 중 임원이 1명 미만인 기업은 27개(54%)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22개(44%)였던 것과 비교해 10%포인트 더 늘었다.
동국제강(0.9%), 대우건설(0.7%), 코오롱글로벌(0.9%), 현대모비스(0.9%), 현대제철(0.6%), GS건설(0.8%), LG유플러스(0.6%) 등 7곳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 임직원 대비 임원 비율이 1%를 넘었는데 이제는 100명 중 1명도 임원 배지를 달기 힘든 회사가 됐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이 기간 임직원 대비 임원 비중이 0.6%에서 1.3%로 올랐고, LG생활건강도 0.7%에서 1%로 올랐다.
전체 임원들의 연령대는 10년 사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상반기에는 매출 상위 50개 대기업에서 전체 임원 가운데 40대 임원이 차지한 비중이 27.5%로, 임원 4명 중 1명이 40대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들 기업에서 40대 임원 비중이 6명당 1명꼴인 16.7%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임원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5.8%에서 75.9%로 10%포인트가량 늘었다. 60대 임원 비중도 5.5%에서 6.3%로 올라 50, 60대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1년 상반기에는 전체 임원 중 40대의 비중이 50.1%로 절반을 넘겼지만, 올해 상반기엔 28.7%로 줄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40대 임원 비율은 44.0%에서 18.3%로 뚝 떨어지고 그사이 50대 임원 비중은 54.3%에서 78.7%로 높아졌다.
주요 대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임원 문이 좁아졌다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이다. 최근 10년간 주요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이유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활발히 하면서 사업부 자체가 줄어들었고, 덩달아 임원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기업들이 의사 결정 효율화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직급 통폐합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유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은 임원으로 분류하던 ‘상무보’ 직급을 폐지하고 상무로 통합했다.
조직을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인데 임원 단계가 줄어들면서 전체 임원 규모도 덩달아 줄어드는 추세다.
비용 감축 영향도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충격 등으로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지면서 비용 감축 압박도 심해졌다”며 “과거 같으면 모든 업무에 처리 과정별로 담당 임원을 뒀지만 최근에는 외부 협업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필요한 임원 규모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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