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주택매수심리… 대출 규제에 수급지수 3년새 최대 하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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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서울 매매수급지수 13.5P ‘뚝’… 대구-세종은 100 아래로 떨어져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도 꺾여… 매물 쌓이고 대구선 미분양 증가
전문가 “시장 관망세 돌아서… 안정-하락단계로 보긴 어려워”

서울 도봉구에 있는 A아파트는 2000채가 넘는 대단지다. 10∼20평형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에는 올 6, 7월만 해도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몰리면서 매물 건수가 10채를 넘은 적이 없다. 하지만 15일 기준 이 아파트에 쌓인 매물은 98채에 이른다.

올 8월부터 은행권에서 대출 규제를 시작하면서 매수 문의가 끊긴 것이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매수 문의 전화가 딱 2통 걸려왔다”며 “요즘은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 대출 규제 여파 매수세 급감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내놓은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1.8로 전월(125.3)보다 13.5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수급지수 감소 폭은 2018년 10월(13.7포인트)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이 지수가 낮을수록 매수세가 줄어드는 반면 매도세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집을 사려는 심리가 위축된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월 122.9에서 10월 113.1로 9.8포인트 떨어졌다. 이 가운데 대구와 세종의 수급지수는 각각 96.5와 95.2로 기준치(100)에도 못 미쳤다. 이 두 지역에는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특히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진 대구에서는 미분양이 생기기도 했다. 9월 기준 대구 지역 미분양 물량은 2093채로 올 3월(153채)의 13.7배로 늘었다. 대구 수성구에서 지난달 분양한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은 4개 주택형 가운데 3개 주택형이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되지 않고 다음 순위로 넘어갔지만 청약 수요가 적어 잔여 물량이 남았다.

매수 심리가 줄면서 집값 상승 폭도 꺾이고 있다. 10월 서울 아파트값은 전달보다 0.83% 올랐다. 이 같은 상승 폭은 9월 상승 폭(0.9%)보다 0.07%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아직 평균 집값이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2개월 연속 상승 폭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가격 하락의 전조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2030세대의 패닉바잉 수요가 몰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중랑구와 강서구의 10월 아파트값 상승률은 각각 0.42%와 0.89%로 전월 대비 0.35%포인트와 0.31%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노원구의 상승 폭도 0.24%포인트 줄어든 0.89%였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B아파트는 10월에 신고된 4건의 거래 가격이 모두 직전 거래가보다 1000만∼3000만 원 낮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안 되니 집주인들도 호가를 조금씩 낮춰서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 관망세 속 ‘집값 더 오를까’ 불안

전문가들은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집값이 안정 단계나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무리라고 설명했다. 일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높은 값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 주요 지역에선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재차 오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아이파크 전용면적 110m²는 이달 6일 27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10개월 만에 최고가를 다시 쓴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롯데캐슬로제 전용 204m²는 5일 34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가격 역시 신고가였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 여파로 수요자들이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임대차3법 등 집값을 자극할 요인이 여전히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주택매수#대출규제#매매#아파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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