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에서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등록 대수 증가분이 휘발유차, 경유차, 액화석유가스(LPG)차 등 내연기관차를 처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수소·하이브리드 차가 올해 1~10월 27만 대 증가하는 동안 내연차는 16만 대 순증한 데 그치면서 친환경차 확산세가 내연기관차를 뛰어넘는 ‘골든크로스’가 이뤄졌다. 글로벌 탄소규제 강화와 함께 차량용 요소수 사태, 유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친환경차 보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16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109만5000대로, 지난해 연말(82만 대)보다 27만5000대가 증가했다. 지난해 1~10월 친환경차 증가폭(16만5000대)보다 11만 대 더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만 대 순증했던 내연기관차는 올해 증가폭(16만 대)이 60% 줄었다. 올해 1~10월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지만 친환경차(18만3000대) 판매량은 오히려 44.5% 급증했다.
차종별로는 최근 요소수 사태로 홍역을 치른 경유차가 가장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연말 999만2000대였던 경유차는 10월 988만8000대로 10만대 이상 감소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에 나섰고, 경유차 일변도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하이브리드 인기가 높아진 영향이 컸다.
현대차는 싼타페 하이브리드, 기아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새로 내놓으며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했다. 올 1~10월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 국내 판매량(11만8203대)은 전년 동기 대비 20.7% 늘었다.
휘발유차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가솔린차는 지난해 연말보다 29만2000대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폭(38만2000대)보다 9만 대 적은 규모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신차 출시 효과로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10월 전기차 증가폭(7만7000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3만8000대)의 배 이상이다. 하이브리드차는 19만1000대 늘며 지난해 연간 증가폭(16만8000대)을 이미 넘어섰다.
이러한 골든크로스는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전기차에 적극적인 북유럽 일부에서 나타난 친환경차 판매 점유율 확대가 최근에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3분기(7~9월) 유럽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경유차 점유율은 17.6%로 지난해(27.8%)보다 크게 감소한 반면 하이브리드는 20.7%로 경유차를 처음으로 앞섰다. 전기차(9.8%)는 10%에 육박하고 있다.
테슬라 열풍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3분기 신차 판매량이 13.4% 줄었지만 친환경차 판매량은 63.1% 증가했다.
친환경차 열풍은 내년에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내연기관차 종식을 목표를 내세운 제조사들이 전기차 모델을 본격적으로 쏟아내고 최근 요소수 품귀 사태를 겪은 경유차의 퇴출 속도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선보일 10여종의 신차 중 7종 이상을 전기차로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신차를 더 많이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LPG 트럭 보조금을 줄여 전기트럭 확대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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