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집 1채 국민 부담 낮출것”… 1주택 과세기준 9억→11억 높여
해당구간 9만명 대상서 빠지지만 공시가-세율 오름폭이 더 가팔라
1주택자 상당수는 세금 늘 가능성, 전문가 “실수요자 부담 줄이려면
고령자 납부 유예제 등 대책 필요”
당정이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의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렸지만 세금 인하 효과를 체감하는 납세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공시가격과 세율 인상에 따른 세금 증가 속도가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22일 발송될 종부세 고지서를 받는 납세 대상자에는 이번 공제 금액 인상으로 1주택자 약 8만9000명이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종부세 납세자는 오히려 작년보다 10만 명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기본공제 2억 원 늘어도 작년보다 세금 늘어
국세청은 22일부터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기본공제가 2억 원 늘면서 공시가 9억∼11억 원인 집을 한 채만 가진 약 8만9000명은 종부세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1주택자 가운데 상당수는 작년보다 세금을 더 낼 가능성이 크다.
16일 본보가 신한은행에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의 1주택자 기준 올해 종부세를 추산한 결과 대부분이 작년보다 세금이 늘어났다. 고령자·장기보유 특별공제는 받지 않는 것으로 가정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18억5600만 원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전용면적 82m²)를 보유한 1주택자라면 올해 종부세를 389만 원 내야 한다. 기본공제가 9억 원이었을 때보다 종부세가 102만 원 적지만 작년보단 140만 원 더 많다. 재산세까지 합친 보유세는 1082만 원으로 작년에 비해 29% 오른다.
공시가격이 새로운 과세 기준(11억 원)을 약간 넘는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전용 84m²·공시가 12억6300만 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종부세는 작년 26만 원에서 올해 56만 원으로 뛴다.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도 35% 오른 437만 원이다.
공시가격과 세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기본공제를 2억 원 늘린 효과를 상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에 비해 19.89% 올랐다. 올해부터 1주택자의 종부세 세율도 0.1∼0.3%포인트 인상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공시가격 인상폭이 가팔라서 고령자·장기 보유 등 추가 공제를 받지 않는 1주택자라면 종부세가 소액이나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1주택자 일부 빠져도 종부세 대상은 증가
올 들어 부동산 민심이 악화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집 한 채만 가진 국민은 종부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며 8월 말 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감면 혜택을 보는 건 일부 납세자에 그쳐 “생색내기”라는 불만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의뢰를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과세 기준이 공시가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되며 1주택자 납세 인원은 8만9000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 별도의 분석에서 예정처는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이 작년보다 10만 명가량 많은 76만 명(법인 포함)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권이 종부세 부담을 줄여준다며 생색을 냈지만 다주택자를 포함한 실제 납부 대상은 오히려 증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종부세 세수도 5조∼6조 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0.6∼2.8%포인트 오르면서 작년 종부세 세수(3조6000억 원)의 1.6배로 불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인 1주택자까지 세금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없는 고령 은퇴자가 집 한 채만 가진 경우 집을 팔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미뤄주는 ‘납부 유예제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고령자 납부 유예 제도는 8월 종부세법 개정 당시 정부의 제안으로 논의됐지만 최종 개정안에서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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