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개발협회(IDA)에 투자하는 1달러는 빈곤 국가에서 3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습니다.”
최근 방한한 마누엘라 페로 세계은행 부총재(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IDA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의 역량과 지식을 활용해 세계 빈곤국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페로 부총재는 9월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부총재로 임명됐다. 세계은행 산하의 IDA는 최빈국에 융자를 해주는 기구다. 현재 세계 74개국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과 정책 조언을 하고 있다.
페로 부총재는 15∼17일 방한 기간에 기획재정부, 국무조정실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잇달아 면담을 가졌다. 페로 부총재는 “세계은행과 한국이 오랫동안 지속해 온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며 “정보기술(IT) 강국으로의 전환을 이뤄낸 한국의 경험은 세계은행이 추진하는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과 관련이 크다”고 말했다. 1961년 IDA에 가입한 한국은 1977년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올라섰다.
페로 부총재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관리와 최근 시작한 ‘위드 코로나’ 등 한국의 경험은 다른 나라에 상당한 의미를 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계은행은 한국을 포함한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과 코로나19 대응을 분석하고 문서화하기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며 “이를 통해 기술 기반의 전염병 대응 솔루션과 관련된 한국의 전문성과 경험을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페로 부총재는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기로 한 한국 정부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목표를 상향 조정해 기후 공약을 구체화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한국과 다른 나라 간의 상호 학습을 촉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올해부터 2025년(회계연도 기준)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을 위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에 총 125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데이터 조작 논란으로 세계은행이 발간을 중단하기로 한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에 대해선 “세계은행은 각국 정부가 지속 가능한 성장, 빈곤 감소 등을 위해 민간의 투자를 지원하는 규제 환경을 만들도록 독려한다”며 “세계은행은 민간 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 도구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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