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로 중형차 한대 값” vs “16억집 종부세, 중형차 세금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3일 03시 00분


‘종부세 폭탄’에 쪼개지는 민심
다주택자 종부세율 올라 부담… 고령 은퇴자들은 “납부 연기를”
무주택자들 “부의 재분배 필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된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은 94만7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42%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된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은 94만7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42%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 2채를 보유했던 50대 A 씨는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만 중형차 한 대 값을 내야 한다. 종부세 부과 기준 시점을 넘어 집 한 채를 매각했기 때문에 2주택자로 간주돼 종부세가 지난해의 약 3.5배인 2300여만 원으로 뛰었다. A 씨는 “‘깡통’ 중형차 한 대 값을 세금으로 날리게 됐지만 집을 팔아 내년엔 세금이 줄어든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B 씨의 아파트 시세는 지난해 23억9000만 원에서 올해 26억 원으로 올랐다. 고령자 및 장기보유 세액공제 기준이 70%에서 올해 80%로 올라가면서 종부세를 19만 원 아끼게 됐다.

22일 종부세 고지서 발송이 시작되면서 납세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대상자가 76만5000명일 것으로 추산했지만 실제는 이보다 18만2000명이 늘었다. 대폭 오른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다주택자들은 “징벌적 세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집값이 올랐으면 당연히 세금도 더 내야 한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시적 2주택, 세금 덫에 걸린 기분”

이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종부세율은 3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경우 지난해 0.6∼3.2%에서 올해 1.2∼6.0%로 오른다. 다주택자들 종부세율이 2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1주택자였다가 상속이나 증여 등으로 2주택자가 된 이들은 돌연 수천만 원대 종부세를 내야 한다. 새 집을 사고 기존 집을 파는 사이에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이들 역시 급격히 늘어난 종부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40대 직장인 C 씨는 올해 처음 종부세 123만 원을 내게 됐다.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 1채에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C 씨의 모친이 거주하는 지방 주택 지분 50%를 상속받았기 때문. C 씨는 “살고 있는 집을 팔 수도, 어머니가 사시는 집을 처분하기도 어렵다. 상속 지분을 어머니에게 넘기면 1가구 1주택자가 될 수 있지만 수백만 원의 취득세가 발생한다. 세금 덫에 걸린 기분”이라고 했다.

당장 소득이 없는 고령 은퇴자들은 집 한 채만 보유할 경우 집을 팔 때까지 정부가 종부세 납부를 미뤄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령자 납부 유예제도’는 8월 종부세법 개정 때 논의됐다가 최종안에서 빠졌다.

“집값 올라 세금 많이 내는 건 당연”

종부세를 둘러싼 여론은 양분되고 있다. 개편된 종부세로 세금이 줄어든 이들이나 무주택자 중에는 종부세 강화를 찬성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보유세 취지인 ‘부의 재분배’에 맞게 자산가치가 상승한 사람은 세금을 더 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40대 D 씨는 지난해 냈던 종부세를 올해는 내지 않는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공제 기준이 지난해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D 씨는 “종부세 폭탄은 특정 계층에 해당하는 얘기처럼 들린다”고 했다. 부동산 카페 등에선 “시가 16억 원 아파트에 부과된 종부세가 중형 세단에 붙는 자동차세인 50만 원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세율을 올린 데다 종부세 전망치마저 빗나가면서 ‘종부세 폭탄’에 민심만 산산조각 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을 토대로 종부세 대상이 76만5000명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실제는 18만2000명이 늘었다. 종부세 대상이 된 주택을 새로 사들인 사람을 과소 추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종부세 과세가 부자와 빈자를 나누는 국민 편 가르기가 됐다”고 했다.
#종부세#갈라진 민심#납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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