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에 시장에서는 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 우려가 늘고 있다. 집주인들이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 가격을 올리며 임대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시장에서는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종부세는 94만7000명이 총 5조7000억원을 부담한다. 인원 기준으론 전년 대비 28만명, 세액 기준으론 세 배 이상 폭증한 규모다.
고지서를 받아든 대상자들은 세금 폭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누리꾼 A씨는 “종부세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며 “당장은 어렵더라도, 임대차 신규 계약을 맺을 땐 몇년치 종부세까지 계산해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세입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재산세를 낼 돈이 없는 은퇴자 등 임대인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임차인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전세금을 올리거나 보증부 월세로 돈을 더 받는 방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찍부터 종부세 폭탄이 예상되면서 전월세 시장에는 이미 조세 전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123만4000원으로, 지난해 10월보다 10.2%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도 1년 전보다 12.5% 올라 80만원을 돌파했다.
세금 부담이 심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월세 가격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부동산원이 서울시 자치구별 월세통합지수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1위와 2위는 송파구(0.71%) 서초구(0.57%)로 서울 평균(0.25%)를 훌쩍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부담이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과 전세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월세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에서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이날 기준 5만6475건으로, 1~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0~10월 거래량 집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지난해 1~11월 월세 거래량(5만4967건)을 넘어섰다.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후 가장 많은 수치다.
종부세 부담은 이런 추세에 불을 붙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월세가가 높으면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논리로 임대차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월세가격 자체가 오른다기 보다는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방향으로 조세 전가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전세의 월세화는) 세금 부담으로 인한 주택 소유자들의 필요 니즈도 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가격이 너무 높아 상승분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크다”며 “이런 양측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월세화가 가속화된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세금 부담을 올리면 시장에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것이란 정부 예상과 달리, 집주인들은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강남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종부세가 세다고 집을 파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아 적어도 내년까진 버틸 것으로 보고, 그 기간은 세입자가 부담을 대신 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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