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美출장 광폭행보
현지 연구원들에 ‘뉴 삼성’ 강조
이건희 ‘초격차’ 이어 새로운 도전
구글 CEO 만나 미래사업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마무리하며 ‘뉴 삼성’과 ‘미래’를 키워드로 남겼다. 이 부회장은 현지 연구원들을 만나 독려하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 구글 경영진과 회동을 가졌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부회장은 21, 22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 연구소 DS미주총괄(DSA)과 가전·모바일 연구소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잇달아 찾았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인공지능(AI)과 6세대(6G) 통신 등 차세대 핵심 선행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으로 현지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혁신 노력에 가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 삼성’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주기 추도식에서 꺼낸 화두다. 당시 이 회장 흉상 제막식에 참석한 이 부회장은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초격차’를 이룬 이 회장의 도전 정신을 받들고 창업자의 각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 부회장은 출장 막바지까지 뉴 삼성의 ‘우군’이 되어줄 글로벌 혁신산업 파트너와의 회동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22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를 방문해 피차이 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구글이 스마트폰 신제품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자체 설계하고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 사의 협업 관계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안드로이드 동맹’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넘어 시스템반도체 시장으로 넓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20일 이 부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경영진과의 회동에서도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혁명 등 혁신 산업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마지막 일정으로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뒤 24일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출장을 통해 바이오, 6G, AI 등 신사업 기반을 다지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함으로써 이 부회장의 ‘뉴 삼성’ 체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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