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아파트와 서울 마포구 다가구 건물을 보유한 A 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올해 내야 할 종부세가 1억101만 원으로 지난해(110만 원)의 92배로 늘었다.
23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A 씨의 종부세가 1년 만에 폭증한 건 지난해 ‘7·10 대책’에서 의무임대기간이 5년 이하인 등록 임대사업자를 강제 말소시키면서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 2018년 9월 13일 이전에 취득하고 등록한 임대주택을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는 등 공적 의무를 지켜야 하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일종의 세제 혜택이었다. 이 때문에 2011년 마포구 다가구 건물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A 씨는 지난해까지 성남시 아파트에 대한 종부세만 납부해왔다.
하지만 A 씨는 7·10대책에 따라 지난해 임대사업자 지위를 잃었고 그 결과 올해 처음 아파트와 다가구 건물까지 종부세가 부과됐다. 아파트와 다가구 건물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다 보니 2주택자인데도 종부세 최고세율(6%)이 적용됐고 공시가격까지 크게 오르며 세액이 급증하게 됐다. 그는 임대주택 재등록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8월 신설된 임대보증보험 의무가입 요건을 맞추지 못해 꼼짝없이 1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올해 납부 세액을 전년도 3배 이하로 제한하는 세 부담 상한선 제도가 있지만 강제 말소로 종부세가 급증한 경우에는 이런 상한선도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7·10대책 당시 160만 채였던 임대주택의 절반인 82만여 채가 A 씨와 같은 강제 말소 대상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다가구와 다세대는 아파트에 비해 거래가 잘 되지 않아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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