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사립 A대는 내년부터 납부해야 할 세금이 10억 원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이다. A대 관계자는 “1년에 10억 원이면 첨단 강의실 최소 다섯 개를 만들 수 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대는 이 때문에 내년도 시설개선 사업 축소를 검토 중이다. 인건비 같은 필수 운영비는 줄이기 어렵고, 장학금이나 실험 실습비 등 학생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혜택은 최대한 보장하려다 보니 결국 남는 것은 시설개선비를 줄이는 방법뿐이다.
A대가 갑자기 세금 증가를 걱정하는 이유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학교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의 과세 방식을 분리과세에서 합산과세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기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수익용 재산은 사립대가 안정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의무적으로 300억 원 이상 보유해야 하는 재산으로 대부분 부동산이다. 수도권 주요 사립대도 A대와 비슷한 상황이다. 행안부 추계에 따르면 개정안 확정 시 주요 사립대 21곳의 추가 세부담액은 연간 250억 원에 달한다.
대학들은 진퇴양난이다. 일부 대학은 수익용 재산의 평가액이 수익보다 높아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면 재정난이 심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교육계 관계자는 “수익용 재산은 규모가 큰 부동산이라 매수자를 찾기 어렵고, 이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허가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추가 세 부담을 안게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각 대학은 매년 교육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컴퓨터 기자재 교체, 학습지원시스템 서버 구축 등 사업 예산을 책정한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당장 이 사업부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학교에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대학을 포함해 교육 목적을 지닌 비영리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세금을 면제했다. 학교를 시민 역량을 육성하는 필수기관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소유하도록 명시한 재산에 대해 세금을 증액하기 전에 대학이 공적 역할을 수행할 여건부터 마련됐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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