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나만의 음반을 만드는 플랫폼 ‘레이블리’를 운영하는 권재의 루나르트 대표의 사업 구상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미발매 음원의 부가가치를 높여보자는 아이디어였다. 마침 다양한 음원을 필요로 하는 창작자들의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유튜브와 음원 사이트 등에선 기존 음원을 편집해 만든 창작물이나 앨범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다만 뚜렷한 수익 구조가 없는 게 문제였다.
○ 창업지원 프로그램 만나 ‘스케일업’
루나르트는 미발매 음원을 가진 뮤지션과 음악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연결시키는 사업 모델을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이들에게 음반 수익의 약 3분의 2가 돌아간다. 약 1년 만에 8000여 곡을 소개했고 레이블리를 통해 음반을 만든 레이블은 283곳에 이른다. 음원은 플레이리스트 형태로 들려주는 것뿐 아니라 게임, 영화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권 대표는 “해외에선 이런 큐레이터 역할이 새로운 창작의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국내에선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는데 레이블리를 통해 ‘플레이리스트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루나르트는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창업도약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창업 3년 초과 7년 이내 콘텐츠 스타트업의 사업 고도화를 돕는 프로젝트다. 업체당 최대 1억5000만 원이 지원된다.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도 컨설팅한다. 권 대표는 “2019년엔 콘진원 창업발전소 프로그램 지원으로 매출이 6배 이상 올랐다”며 “올해도 애플리케이선(앱) 개발 등 레이블리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모티콘 제작자와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을 연계하는 스티팝의 조준용 공동대표는 콘진원 지원으로 사업 방향을 재설정한 경우다. 스티팝은 4년 전 해외 메신저 서비스에서 대화를 주고받던 두 고교 동창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한국 메신저처럼 이모티콘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창업에 뛰어든 두 사람은 당초 개별 소비자가 스티팝 앱에서 이모티콘을 내려받아 사용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콘진원 지원으로 참여한 해외 콘퍼런스 등에서 투자자와 수요처를 만난 게 사업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스티팝이 보유한 이모티콘을 자신들이 만든 앱에 넣고 싶어 하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사업 범위를 기업 간 거래(B2B)로 확장한 스티팝은 현재 5000여 명의 작가가 만든 15만여 개의 이모티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100여 개 앱에서 서비스 중이다. 조 공동대표는 “문화권별 선호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 또 다른 ‘한류’
그동안 음악 영화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는 많았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혁신 기술이나 기업이 주목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콘진원이 지원하는 스타트업 중에는 새로운 창작 기법이나 아이디어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많다.
15년 동안 광고를 만들어 온 전동혁 비디오몬스터 대표는 영상 제작이 대중화되는 흐름을 감지하고 과감히 창업에 도전했다. 보고 즐기는 시청자와, 찍고 편집하는 제작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비디오몬스터는 30초 내외의 짧은 영상을 특별한 편집 기술 없이도 제작할 수 있는 온라인 쇼트폼 영상 제작 서비스다. 올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6개국에 진출했다. 전 대표는 “그래픽 디자인 탬플릿 서비스를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칸바(Canva)처럼 영상계의 칸바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콘진원이 초기 창업 기업을 육성하는 창업발전소 프로그램은 경쟁률이 12 대 1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팬데믹 이후엔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지역별로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이어주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박경자 콘진원 기업인재양성본부장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콘텐츠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창업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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