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세계 각국이 다시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하면서 정부도 산업계에 미칠 악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미 글로벌 공급망 위축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車 반도체 주요 생산국 말레이시아·베트남 공급망 더 악화하나 ‘우려’
1일 자동차·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자동차산업과 연관된 반도체 공급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량의 7%를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올 상반기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변이 바이러스까지 출현하며 경기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 말레이시아 등에서의 국경 봉쇄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향후 오미크론의 확산 여하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이미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출고 지연 사태를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차종별로 짧게는 4주, 길게는 10개월 이상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세계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생산회사들도 공히 겪고 있는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월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 닛산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말레이시아산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해 감산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 기대됐던 자동차 생산 정상화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여기에 다시 빗장을 잠그는 국가들이 늘 경우 우리나라 무역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미 우리나라 전 산업부문 재고율은 넉 달간 꾸준히 늘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 길이 위축된 상황에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산업부문 꾸준히 쌓이는 ‘재고’…6~10월 넉 달간 18%p↑
통계청이 전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산업부문 재고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오름세를 보이던 재고율은 넉 달간 18%p(102.6→121.0%)나 상승했다.
재고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분야는 반도체다. 전달대비 31.6%가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26.7%나 증가했다.
자동차 부문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한 모습이다.
출하와 재고는 각각 5.6%, 1.7% 줄었다. 생산도 5.1% 감소했다.
당장 일상으로의 회복에 발을 뗀 세계 주요국들의 행보에는 제동이 걸렸다.
주요국들이 백신 접종률 목표치 달성과 함께 일상회복을 추진하며 빗장을 푼 지 고작 4~5개월 만에 또 다시 닥친 시련이다.
이날 4년 만에 열릴 예정이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도 연기됐다.
WTO는 26일(현지시간) 12차 각료회의 개회를 불과 나흘 앞둔 상황에서 전격 연기를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오미크론의 출현과 확산을 우려한 각국의 여행 제한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미크론 확산 우려에 글로벌 기업들도 혼란에 빠졌다. 이미 미국 내 상당수 기업은 오미크론의 위험 정도가 규정되기 전까지 중요한 사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 있는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등 극단의 조치까지 취하지는 않은 점은 다행이다.
산업연구원 박상수 연구위원은 “변이바이러스 출현 이전까지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델타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만을 염두에 두더라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 차질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방향으로 가는 분위기였다”면서 “변이바이러스 출현에 따른 영향은 확산 여부와 규모 등을 본 뒤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쪽 공장들이 셧다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국내 수출·생산 관련해서도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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