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룬샷(loonshots)’의 저자이자 바이오테크 기업 신타제약의 창업자인 사피 바칼 박사는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로 ‘정원사 리더십’을 꼽았다.
바칼 박사는 “언뜻 미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뜻하는 룬샷이 내부 장벽에 부딪혀 사장되지 않으려면 리더가 직접 나서서 정원사가 식물들을 돌보듯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구성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실험하도록 독려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실험이 비록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학습해 다시 실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도전의 시대, 최고의 기회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리셋 전략’을 주제로 ‘동아비즈니스포럼 2021’을 열었다. 스티브 블랭크 미 스탠퍼드대 교수와 안드레이 하지우 미 보스턴대 교수, 마크 존슨 이노사이트 수석파트너, 앵커 퓨리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 등 세계적인 혁신 전문가들이 강연에 나섰다.
해외 연사 강연은 온라인 영상회의 플랫폼에서 실시간 생중계됐다. 특히 올해부터 메타버스 플랫폼을 처음 도입해 참가자들은 가상세계에 구현된 행사장에 아바타로 참가했다. 소수 참가자로만 제한한 오프라인 행사도 철저한 방역 수칙 아래 치러졌다.
“아이디어 내는 ‘예술가’와 위험관리 ‘병사’ 공존구조 만들어라”
기조 강연자 사피 바칼 박사
“기업의 리더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예술가’와 기존 핵심 사업을 지켜내는 ‘병사’를 똑같이 존중해야 한다.”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1’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사피 바칼 박사는 기업들이 변혁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조적이고 모험을 찾아나서는 그룹과 기존 사업을 존속시키고 위험을 관리하는 그룹이 공존할 수 있는 조직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애플이 존재할 수 있었던 까닭도 예술가였던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 바통을 병사인 팀 쿡이 이어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조직에서 미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돈을 쓰는 이들과 핵심 제품을 관리하고 돈을 버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때 리더가 한 쪽을 편애하거나 제대로 된 인센티브를 설계하지 못하면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미친 아이디어가 살아남는 조직을 설계하라
베스트셀러 ‘룬샷,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의 저자인 바칼 박사는 언뜻 미친 것처럼 보일 정도로 파격적인 아이디어인 룬샷은 항상 조직 안에 있지만 잘못된 구조 때문에 묵살되거나 홀대받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프린터업체 제록스를 들었다. 제록스는 애플보다 먼저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했지만 제품을 거의 한 대도 팔지 못한 채 디지털 시대에서 도태됐다. 바칼 박사는 “제록스가 획기적인 기술을 가지고도 실패한 까닭은 일선 영업직원들에게 이 신제품이 어디에 쓰이는 것이고 왜 팔아야 하는지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하고 인센티브를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칼 박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작고 빠르게 실험해보는 ‘스몰 벳(small bets)’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기업이 고객이나 시장에 대해 세우는 가설은 대부분 빗나가기 때문에 어떤 가설이든 반드시 테스트해봐야 하며, 큰 규모의 ‘빅 벳(big bets)’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최대 소비자 가전제품 유통 업체인 베스트 바이가 경쟁사를 제치고 연 매출 470억 달러의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은 실험을 반복한 데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미래 비전부터 세우고 현재 계획 도출해야
바칼 박사에 이어 강연에 나선 마크 존슨 이노사이트 수석 파트너는 5∼10년 이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 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존슨 파트너는 “애플은 버블 닷컴의 위기에 놓인 2001년 이미 2010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당시 주력 제품이던 PC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고 ‘디지털 허브’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은 2000년대 초반 PC에 사용되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적용하고 이들을 통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이 같은 비전에 따라 아이팟, 아이패드 등 새로운 전자 제품과 애플 제품의 전용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즈를 개발해 ‘애플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존슨 수석파트너는 이 같은 장기 비전을 유지하고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퓨처 백(Future Back)’ 사고법을 제안했다. 퓨처 백 사고법은 먼 훗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래부터 현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계획을 세우는 접근법이다. 그는 “개인은 단기성과에 치우치기 쉽고, 기업은 단기성과에 맞춰 보상 체계를 설계한다”며 “리더들이 먼저 일상 업무 시간 중 10% 이상을 미래를 구상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동아일보와 채널A가 이날 개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21’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으며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동시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접속한 청중은 화상 채팅창에 생생한 의견과 질문을 쏟아냈다. 소수 참가자로만 제한한 오프라인 행사도 철저한 방역 수칙 아래 치러졌다. 이날 행사에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영규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고수찬 롯데지주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부서 연결 데이터 플랫폼 구축, 위기에 발빠른 조직으로”
조인트 세션 ‘AI-빅데이터 포럼’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 확대해야”
“예측 불가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각 부서가 데이터로 연결된 회사를 만들어서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을 확대해야 한다.”
1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21’의 조인트 세션으로 열린 ‘AI·빅데이터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앨리스 유 팔란티어 기술 담당 임원(사진)은 “조직 내 서로 다른 부서들이 개별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따른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극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협업을 강화해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임원은 이날 미국 정부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팔란티어와 협력한 사례와 더불어 글로벌 기업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한 예로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100여 개의 항공사와 9000대 이상의 항공기 운영에 관한 대규모 데이터 플랫폼인 스카이와이즈를 구축했다. 이 플랫폼에 항공기 센서, 유지 보수 시스템, 항공 스케줄, 승객 예약 시스템 등을 통합시켰다. 이를 통해 부품 결함을 사전에 예측해 보수 처리하고, 공급망 관리를 최적화해 항공기 대기 등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유 임원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어떤 위기 상황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팔란티어는 데이터 기반 운영 및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2020년 말 기준 미국 육군을 포함해 139개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가 팔란티어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뒤이어 이날 강연한 인공지능(AI) 커스터마이징 플랫폼 기업 알고리즘랩스의 손진호 대표는 AI 프로젝트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구축 방법을 공유했다. 손 대표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해 필요한 데이터를 준비하는 과정이 프로젝트 성공의 열쇠”라며 “그런 면에서 비즈니스 전문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상 앞 가설은 추측 불과… 현장 나가 검증하라”
블랭크 美 스탠퍼드대 교수
“무조건 나가라. 책상 앞에서 세운 가설은 추측에 불과하다. 직접 고객을 만나 신속하게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다.”
1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21’에 참여한 스티브 블랭크 미 스탠퍼드대 교수(사진)는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충실히 실행하기만 했던 20세기와는 완전히 다른 경영 환경이 펼쳐졌다”며 “최소한의 요건만 갖춘 가설을 들고 밖으로 나가 가능성을 빠르게 확인하고 수정 및 개선을 반복하라”고 강조했다.
팬데믹 사태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일단 시장에 선보인 뒤, 고객 반응을 보고 개선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야 아이디어의 생존 확률은 물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조언이다. 이는 블랭크 교수가 구상하고 그의 제자들을 거치며 구체적으로 정립된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골자이기도 하다. 블랭크 교수는 직접 창업하거나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기업의 혁신 활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스타트업 전문가다.
그는 혁신 기회를 찾거나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블랭크 교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는 조직과 혁신적인 실험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조직을 별도로 두라”며 “실행가와 혁신가를 동시에 거느리는 양손잡이 조직으로 거듭나야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기업도 ‘플랫폼’ 활용 필요… AI로 ‘넥스트노멀’ 전략 수립을”
안드레이 하지우 보스턴대 교수 네트워크 효과로 경쟁력 키우고… 서비스 사용자 가치도 함께 향상 앵커 퓨리 맥킨지 파트너 기업들 AI도입 성공률 2% 불과… 전담조직 신설등 업무 재설계해야
“전통 기업과 제조 기업도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키우고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1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21’의 강연자로 나선 안드레이 하지우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애플, 세일즈포스, 인튜이트, 오픈테이블 등 많은 기업들이 성공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전환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냈고, 시장에서 경쟁사에 대항할 방어력을 키우고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 전문가인 하지우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전통 기업이 플랫폼 기업이 되는 방법으로 크게 3가지를 제시했다. △제3의 공급자를 생태계에 유입시키거나 △현존 고객을 연결하거나 △고객의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에 대해 “모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거나 구매하기 때문에 플랫폼 비즈니스가 아니다. 넷플릭스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면 제3의 공급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플랫폼 기업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플랫폼 기업이 될 필요는 없지만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적 요소를 더한다면 기업은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디즈니플러스의 ‘동시 시청(group watch)’을 사례로 들었다. 하지우 교수는 “디즈니플러스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콘텐츠를 동시에 같이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디즈니플러스를 경험하는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냈다”며 “비즈니스 자체를 플랫폼화하지 않고도 기존 고객들을 연결해 플랫폼의 효과를 만들어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지우 교수는 제조 기업도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플랫폼 기업이 선두 주자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분야라도 선두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빈틈을 메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신규 기업 역시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하지우 교수는 최근 여러 국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논의에 대해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이용자와 공급자, 사회에 제공하는 이점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정부 규제는 대부분 날카롭지 못하고(blunt) 광범위합니다. 플랫폼이 과도하게 영향력을 남용하는 데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를 망가뜨릴 수 있는 정부 규제는 지양해야 합니다.”
그는 일부 국가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플랫폼이 제공하는 네트워크 효과의 긍정적인 면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플랫폼 서비스의 사용자가 증가하면 그 플랫폼 서비스를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가치도 함께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편 이날 포럼의 마지막 강연은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앵커 퓨리 맥킨지앤드컴퍼니 뉴델리오피스 파트너가 맡았다. “‘넥스트 노멀’, AI로 조직 성장을 가속화하라”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퓨리 파트너는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시도하지만 성공률이 2%에 불과하다”며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 확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퓨리 파트너는 1000곳이 넘는 기업들의 AI 도입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공유하며 기업들이 AI 도입에 실패하는 원인을 크게 3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통합된 AI 도입 전략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AI 프로젝트를 산발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업들이 전체 조직을 한 번에 AI 기반 조직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하는 것 역시 AI 전환 및 확장의 실패 확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기존 업무 흐름은 그대로 두고 AI 솔루션만 무조건적으로 도입하려는 점도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략 수립-전담 조직 신설-비즈니스 재설계-조직 구조 및 기술 전환’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단 왜 AI 전환을 시도하는지 전략을 명확히 하고 전략을 수행할 전담 조직을 만들어 힘을 실어준 뒤 변화하려는 방향성에 맞게 비즈니스와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퓨리 파트너는 “기업이 이 과정을 반복하면 ‘도미노 효과’가 일어나 전환 프로세스가 진행될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어느 순간 원하는 수준의 AI 기반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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