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가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기름부터 채소, 집세까지 전방위적으로 오르면서 서민 경제 부담이 한층 커졌다. 정부는 12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발생으로 공급망 차질이 심각해지면 당분간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석유류, 개인서비스, 농축산물 가격 크게 올라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41(2015=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 올랐다.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가장 크게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10월(3.2%)에 이어 두 달 연속 3%를 나타낸 것도 2012년 1월(3.3%), 2월(3.0%) 이후 처음이다.
11월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석유류와 개인서비스,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석유류는 전년 동기 대비 35.5% 올라 2008년 7월(35.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휘발유(33.4%), 경유(39.7%),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38.1%), 등유(31.1%)가 크게 상승했다.
석유류와 함께 가공식품도 3.5% 오르면서 공업제품 물가도 5.5% 올랐다. 이는 2011년 11월(6.4%) 이후 최고치다.
11월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 지침이 완화하면서 서비스 가격도 많이 올랐다. 외식 물가는 3.9%, 보험서비스는 9.6% 오르는 등 개인서비스는 3.0% 올랐다. 이는 2012년 1월(3.1%) 이후 최대다.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집세도 1.9% 올랐다. 전세의 경우 2.7% 올라 2017년 10월(2.7%)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월세 역시 1.0% 상승해 2014년 6월(1.0%)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대로 올랐다.
농축산물 물가는 작황 부진 영향으로 11월에 7.6% 올랐다. 농축산물 물가상승률은 8월 7.8%에서 9월 3.7%, 10월 0.2%로 꺾였다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한파에 김장 수요가 앞당겨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가상승 당분간 지속 전망”
물가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서민경제 부담 역시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적다고 전망했다. 또 개인서비스 물가도 방역체계가 완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올라 당분간 상방 요인이 더 클 것으로 봤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2월 물가도 상당 폭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전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역시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4%로 2개월 반 만에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OECD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들어 3.2%로 뛰었고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경우 2.4%에 달했다”라고 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지속된다고 봤다. 특히 공급차질 장기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주거비 인상 등이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전망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제4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전세계적 물가 오름세 속에 우리는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12월에는 국제 유가 상승세 진정, 유류세 인하효과, 김장 조기종료 등으로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했다.
정부는 분야별로 물가부처 책임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물가동향 주기적 장관점검 체계, 분야별 물가부처 책임제 도입, 지자체 물가상황실 가동 등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대응역량을 총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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