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용기 부품을 만드는 ‘와토스코리아’는 최근 양변기 완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완제품을 실제로 생산하지는 못하고 있다. 완제품 매출이 크게 늘어 회사의 주력 업종이 ‘욕실용기 부품’에서 ‘완제품’으로 바뀌면 나중에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상속 리스크’가 기업 활동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인이 사망할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가업상속재산에서 최대 500억 원 한도로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기업인(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가업을 경영해야 한다. 와토스코리아의 양변기 완제품이 주력 업종이 되면 현재 69세인 이 회사 대표가 80세까지 회사를 경영해야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해 회사를 상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가업상속공제 제도’와 ‘증여세 과세특례’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중소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증여세 과세특례는 경영자가 생전에 가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돕는 세제다.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경우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로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가업을 경영해야 하고, 상속인은 상속 후 7년간 업종을 변경할 수 없다 보니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렵다. 와토스코리아 송공석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려면 사업 확장을 해야 하는데,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 확장을 했다가 가업상속공제를 못 받게 될 수도 있으니 고민”이라고 말했다.
상속 이후 7년 동안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고 근로자 수와 급여총액 유지비율이 10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걸림돌이다. 해당 조건대로면 수도권 공장을 매각해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발생한 차액을 설비투자 용도로 활용한 것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기업 경영환경이 급변해도 고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 역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증여세 과세특례 역시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인들은 후계자가 미리 경영수업을 받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에 사전 증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증여세 과세특례는 최대 100억 원까지만 10∼20%의 저율 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업상속공제보다 지원 효과가 작다. 게다가 법인 주식에 대해서만 적용돼 중소기업의 88.6%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 기업은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이미 대표자가 60대 이상으로 지금 세대교체를 시작해야 한다”며 “현장 상황에 맞게 공제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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