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등으로 공기질에 관심… 공간 격리-살균 등 차량공조 고도화
현대차 ‘세븐’에 자외선 살균 시스템, 제네시스엔 바이러스 없애는 장치
벤츠엔 박테리아 줄이는 필터 설치… 볼보, 향수업체와 실내공기 조향도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 공개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세븐’에 자외선(UVC) 살균 시스템을 장착했다. 탑승객이 모두 내리면 자동으로 차량 내 UVC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작동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없애준다.
현대차가 콘셉트카에 자외선 살균 시스템을 적용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공개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에는 천장에 대형 자외선램프를 설치했다. 이 램프는 광원에서 먼 곳의 살균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븐은 컨트롤 스틱, 앞좌석 수납공간, 스피커 등 구석구석에 램프를 배치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미래 모빌리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 ‘청정 경쟁’이 시작됐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여가 및 휴식 공간으로 주목받으면서 차 내 위생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량 공유 서비스 확산도 탑승자의 호흡과 공기질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계약이 시작되는 제네시스 신형 G90에는 새로 개발한 ‘광촉매 모듈’ 공조 시스템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공조시스템 업체인 한온시스템이 공동 개발한 광촉매 모듈은 빛(가시광)과 반응시킨 살균 물질이다. 공기에 떠다니는 세균을 분해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조기를 통해 유입되는 유해가스나 냄새를 제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량 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80, 90% 이상 살균하는 효과가 있다. 이 기술은 9월 말 국가기술표준원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
차량 공조가 과거 냉난방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젠 공기질이 차별점이 되고 있다. 단순 공기청정을 넘어 공간 격리, 살균 기술로 고도화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최근 콘셉트카에서 환기구를 통해 전방 탑승자의 공기를 후방 하단으로 흘려보내거나 열 방향에 따라 수직으로 각 열의 공기를 격리시키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여객기 공기 순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해외 자동차 업체들도 청정 경쟁에 뛰어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 EQS에 A4용지 4장 크기의 대형 헤파(고효율 미립자 공기) 필터를 포함한 ‘에너자이징 에어 컨트롤 플러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차량 제조사 중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연구소(OFI) 인증을 받은 필터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감소시킨다. 시스템 내부 활성탄 코팅은 이산화황, 산화질소를 제거한다.
포드는 ‘리프레시95’로 불리는 실내 공기 필터를 올해 말부터 머스탱 마하E 등 신차에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머리카락(70미크론) 굵기의 28분의 1인 직경 2.5미크론 크기의 배기가스, 금속, 도로먼지 입자의 95% 이상을 여과하고 꽃가루 등 알레르기 물질을 99% 잡아낸다고 한다.
일부 업체들은 공기를 넘어 향에도 신경을 쓴다. 아우디가 A6 이상의 고급 차종에 적용하는 ‘프리미엄 에어 패키지’는 공기질을 개선해 줄 뿐 아니라 공조기를 통해 상쾌한 향기를 실내에 뿌려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내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EQE에 다크초콜릿 기반의 전용 향기 ‘넘버6 무드 비터스위트’를 선보인다. 볼보는 스웨덴 향수 전문업체 바이레도와 협업해 S90 콘셉트카 향기를 조향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이 고도화될수록 차 내 위생은 더 강조될 것이다. 안전과 높은 단가가 숙제인 자외선 소독을 비롯해 다양한 공조 시스템 선행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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