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창립기념일 휴일인 3일 오후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2일 기준 4인 가족(배추 20포기)의 김장 비용이 33만1356원으로 지난달 25일에 비해 1.1% 하락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뒤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8.5% 올랐다는 점을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본보는 ‘aT가 매년 발표하던 김장 비용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자가 1일 전화로 문의했을 때 aT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올해는 자료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배추값이 작년 대비 40% 이상 치솟아 소비자 정보 제공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 보도가 나간 직후, 직원들이 쉬는 휴일에 올해 첫 김장 비용 보도자료를 뿌린 것이다.
이틀 만에 말을 번복하고 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aT 측은 “한국물가협회 등에서 비슷한 자료가 많이 나와 발표 시기를 늦추려던 건데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T는 매년 한국물가협회 등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자료를 냈다.
발표 시기를 늦추려고 했다는 해명 역시 군색하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의 김장 수요는 11월 하순과 12월 상순에 집중된다. aT 역시 2019년과 2020년엔 11월에 김장 비용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는 이른 한파 때문에 11월에 김장 수요가 몰려 지난달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분석대로라면 aT가 내놓은 12월 첫 김장 비용 발표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소비자들은 식품 가격이 안정됐을 때보다 급등할 때 가격 정보에 더 관심을 가진다. 특히 배추값이 급등한 올해는 국내 농산물 유통정보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인 aT의 김장 정보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aT는 김장이 다 끝나가는 12월 초에 올해 첫 김장 비용을 발표하고, 발표도 하지 않은 지난달 25일 김장 비용과 비교해 하락했다는 내용을 부각했다. aT는 소비자보다 물가당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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