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축산 방역 당국이 초긴장 상태다. 고병원성 AI가 알을 낳는 산란계로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은 계란 값이 또 다시 들썩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따르면 지난 주말 충남 천안시 풍세면 용정단지에 있는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지난달 충북 음성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올 가을 들어 첫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9번째이자 산란계 농장에서는 처음이다.
하루 뒤인 5일에는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의심사례가 발생해 고병원성 여부를 판정하는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고병원성으로 판정되면 10번째 확진 사례가 된다.
주말 사이 산란계 농장에서 잇따라 고병원성 AI 확진과 의심축이 발생하면서 산란계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천안 고병원성 AI 발생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산란계 10만1000마리가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 됐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반경 500m 내 산란계 19만4000마리, 육계 5만8000마리도 함께 살처분 됐다.
의심축이 확인된 영암에서도 고병원성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농장 산란계 3만6000마리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 했다.
축산 방역 당국은 긴급 이동통제와 함께 집중 소독을 하고 있지만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AI 특성상 날씨가 추워질수록 전파 속도가 빨리지기 때문에 내년 봄까지는 확산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산란계 농장으로 전파될 경우 지난 겨울과 같은 대량 살처분으로 달걀 가격이 다시금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로 산란계 1696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알을 낳는 산란계가 부족지면서 올해 초 계란 한판(30개 기준) 가격이 1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계란 가격을 잡기 위해 수입 계란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관세율 0%) 조치로 3억개가 넘는 계란을 들여왔다. 소비쿠폰과 할인행사 등 가격 인하 정책을 가동했지만 산란계 병아리 재입식 이후 알을 낳을 수 있는 월령(6개월)이 지날때까지 평년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2일 기준) 계란 한판(30개·특란·중품 기준) 가격은 5967원으로 평년(5532원) 수준보다 400원가량 높은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생활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대체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지난 겨울과 같은 대량 살처분 사태가 재발하면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고 있는 계란 값이 다시금 들썩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수본은 고병원성 AI가 다른 농장으로 추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발생 지역 주변 방역차와 광역방제기 600여 대를 동원해 인근 농장과 주변 소하천 등을 소독했다.
전국 가금농장·주변도로·소하천·소류지, 축산시설·축산차량 등에 대한 일제 소독·방역점검을 실시하고, 의심축 발생 농장 주변 소하천·소류지 등과 도로·농장에 대해서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추가 확산 차단에 나섰다.
중수본 관계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전파 방지를 위한 농장 및 관련시설 소독 등 방역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의심증상이 없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사육 가금에서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방역당국으로 신고해 줄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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