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하한 지 3주 넘게 지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영향으로 국제 휘발유 가격도 대폭 하락했지만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엔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2일자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20% 인하했다. 이에 따른 인하분은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 LPG 부탄은 40원씩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 휘발유(92RON) 가격도 지난달 11일 배럴당 95.1달러에서 지난 3일 80.55달러로 15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도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평균 가격 인하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668.25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류세 인하 조치 전날인 지난달 11일 1810.16원보다 141.91원 내린 것으로, 유류세 인하분 164원보다 적은 것이다.
2018년 유류세 인하 당시보다 유류세 인하분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린 모양새다. 2018년 11월 유류세 인하 당시엔 유류세 인하분 123원이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데 10일이 걸렸다.
다만 지역별로 보면 인하 폭에 차이가 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11일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88.66원에서 지난 5일 1722.47원으로 166.19원 내렸다. 유류세 인하 폭 이상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이외에도 제주(161.28원), 울산(160.55원), 대전(160.42원), 부산(157.35원), 인천(155.54원), 대구(151.22원) 등 지역은 150원 이상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148.35원), 강원(137.06원), 세종(136.4원), 경남(136.34원), 광주(136.22원), 충남(135.78원), 충북(132.24원), 전북(130.75원), 경북(130.4원)은 인하 폭이 150원을 밑돌았다. 특히 전남의 경우 인하 폭이 119.95원으로 가장 적었다.
지역별로 이같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직영 주유소의 분포와 지역별 유류 소비량 차이때문이라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유류세 인하 당일 정유업체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의 경우 세금 인하분을 주유소 판매가격에 즉각 반영했지만, 개인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의 경우 유류세 인하 이전 재고로 인해 즉각 반영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직영 주유소의 경우 지난달 11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37.72원에서 지난 5일 1660.03원으로 177.69원 내렸는데, 자영 주유소의 경우 같은 기간 리터당 1808.03원에서 1670.03원으로 138원 내리는 데 그쳤다.
여기에 유류 소비량이 적은 지역의 경우 자영 주유소의 재고 소진 속도가 더뎌 가격 인하 속도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직영 주유소가 많은 데다 유류 소비량이 많아 재고 소진이 빨랐고, 이에 가격 하락 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빨랐다”며 “직영 주유소가 적은 지역의 경우 유류 소비량도 적기 때문에 재고 소진에 시일이 더 걸려 가격 인하 속도 역시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 휘발유 가격이 유류세 인하 전부터 하락세였던 2018년과 달리 올해는 배럴당 90달러 안팎의 고공행진을 벌이다 유류세 인하 이후인 지난달 말부터 오미크론 영향으로 급격히 하락한 것도 2018년과 올해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정유사가 국제 휘발유 가격 하락분을 주유소 공급 가격에 반영했지만 기존 재고 소진 때문에 실제 판매까지는 시차가 생긴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휘발유 가격 하락분을 반영한 공급가격이 각 주유소에 나타나는 데 1~2주가 걸린다”며 “시간적 문제가 있지만 이번주 중 유류세 인하분이 전국 평균 판매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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