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고 살겠나” 46㎡ 줄줄이 미달…외면 받는 신혼희망타운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7일 14시 41분


1·2차 사전청약에 이어 이달 초 이뤄진 3차 사전청약에서도 신혼희망타운 경쟁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낳고 살기에 좁은 데다 시세 차익을 정부와 나눠야 하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해 신혼부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1~3일 신청을 받은 3차 사전청약 공공분양 특별공급과 신혼희망타운 당해지역 경쟁률에 희비가 엇갈렸다.

공공분양 특별공급의 경우 890명 모집에 2만4795명이 신청해 16.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신혼희망타운 당해지역은 2172명 모집에 1297명이 신청해 미달을 기록했다.

신혼희망타운 7개 주택형 가운데 시흥하중 전용 55㎡(1.1대1) 주택형을 제외한 6개 주택형이 당해지역에서 모집가구를 다 채우지 못했다. 남은 물량은 수도권 지역 신청자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됐다.

특히 서울 서초구와 맞닿아 있어 큰 관심 모은 과천 주암 지구의 경우에도 신혼희망타운 물량은 C1·C2블록 총 1421가구 모집에 730명이 신청해 절반 가량에 그쳤다.

과천 주암 지구 공공분양 특별공급의 경우 94가구(전용 84㎡) 모집에 2742명이 신청해 29.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온도차가 극명하다.

신혼희망타운 경우 공급된 주택형의 크기가 작아 수요자들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60㎡ 이하의 중소형 평형으로만 공급되기 때문에 공공분양에 비해 주택 면적이 좁은 편이다.

실제로 이번 3차 사전청약에서도 소형 주택형일수록 신청 인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들도 조금이라도 더 큰 평형을 원한다는 의미다.

이번 3차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46~56㎡로 공급됐는데 가장 경쟁률이 낮았던 곳이 46㎡ 주택형이었다. 전용면적 46㎡는 방 2개에 화장실 1개 구조다.

과천 주암 지구 신혼희망타운 C2블록 전용면적 46㎡ 주택형은 29가구 모집에 달랑 1명만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C1블록 46㎡의 경우에도는 188가구 모집에 14명만 신청했다.

신혼희망타운은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10년, 의무거주기간은 최대 5년이 주어진다. 자녀가 성장하거나 2명 이상으로 늘어났을 때 거주 여건이 좁게 느껴지는 데다 전매제한이나 거주의무 기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혼희망타운은 소형 평형이라 공공분양물량에 비해 청약 선호가 낮은 편”이라며 “분양가상한제와 실거주 요건으로 장기 거주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다인 가구가 살기에는 제한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공분양 중 과천 주암 지구 전묭 84㎡는 과천시민 100% 우선 공급임에도 29.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넓은 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은 “신혼부부도 사람인데 전용 46㎡에 몇 년을 살고 싶겠느냐”라며 “작게 많이 만들게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4인 식구가 단칸방에 오손도손 모여 사는 건 30년 전 이야기”라며 “아이 키우려면 24평도 좁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용 44㎡ 투룸을 둘러본 뒤 “(거주인원은)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전용 41㎡ 복층형 아파트를 둘러보고 “젊은 신혼부부 중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 13평 아파트는 신혼부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공공분양과 달리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향후 수익공유형 모기지 의무가입을 통해 매각 시 차익의 절반을 환수해야 한다는 점이 수요자들의 거부감으로 이어졌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분양가 3억70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 장기대출상품(수익공유형 모기지)’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신혼희망타운 7개 주택형 중 시흥하중 A1블록 55㎡(2억9361만원)을 제외한 6개 주택형이 모두 이 기준을 초과하기에 의무적으로 이 장기대출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문제는 이 상품에 가입하면 향후 매각 시 차익의 절반을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는 분양가의 30%를 의무적으로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통해 대출 받아야 한다. 이 상품은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장기대출이 가능하지만 대출금을 상환할 때 시세차익의 10~50%를 주택도시기금으로 환수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신혼희망타운은 면적 자체가 공공분양에 비해 작고, 수익공유형 모기지 의무가입으로 시세 차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청약선호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에는 4차 사전청약을 통한 대규모 공급이 계획돼 있다.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고양 창릉 등 12개 지역에서 총 1만3600가구가 사전청약으로 풀릴 예정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7100가구가 신혼희망타운 물량이다. 공공분양에 비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또다시 미달 사태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