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사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가장 관련성이 높은 게임업계는 소외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엔 게이미피케이션(게임화)을 연구했던 메타버스 전문가들이 요즘은 메타버스 논의를 할 때 게임의 ‘ㄱ’자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메타버스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의 폭이 ‘비(非)게임’으로 좁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가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게임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임 자체가 ‘메타버스’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도 메타버스를 주창하는 학계와 개발자들이 게임과 선을 긋고 있는 것은 규제 때문이다. 게임으로 분류되면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사행성 방지, 청소년 보호 등 각종 ‘그물’에 걸리게 된다. 한 메타버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규제를 피해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앞으로가 문제다. 현재까지는 콘서트, 팬사인회 등 일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만 메타버스에서 제공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게임 요소가 담긴 서비스가 나오는 등 게임과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해외에서 수억 명의 유저가 사용 중인 ‘로블록스’는 게임으로, 네이버의 ‘제페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분류되고 있는데 점점 이를 구분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다.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들도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자’는 말도 나온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이 ‘스포츠’로 분류될 만큼 하나의 산업으로 커졌고, 메타버스와의 경계도 모호한 상태”라며 “사행성 방지와 청소년 보호에만 초점을 뒀던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게임 규제의 틀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가 향후 비대면 사회의 지배적 플랫폼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 유행으로 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시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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