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조사 결과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던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이 참여한 외부청렴도는 소폭 올랐지만, 공직자 스스로 평가한 내부청렴도가 떨어지면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현희 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1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매년 전국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발표해오고 있다. 올해 평가에는 중앙행정기관(47개), 지방자치단체(광역 17개·기초 226개), 교육청·교육지원청(90개), 공직유관단체(212개) 등 총 592개 공공기관이 대상이었다.
◆권익위, 2021년 청렴도 발표…종합청렴도 8.27점 전년 동일
권익위가 지난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4개월 동안 전국 20만6306명을 대상으로 전화·온라인을 통해 조사한 결과 올해 공공기관 평균 종합청렴도는 8.27점(10점 만점 기준)으로 지난해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공공기관 종합청렴도는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2017년(7.94점) ▲2018년(8.12점) ▲2019년(8.19점) ▲2020년(8.27점) 등 4년 연속 소폭 상승세를 이어왔다. 상승세가 멈춘 것은 청렴도 평가 실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권익위는 올해 측정에 공직자 이해충돌 상황, 공직자의 갑질행위 등 관련 측정 항목이 새롭게 반영되면서 종합청렴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 등이 점수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기관의 청렴도는 측정 대상기관의 부패경험과 부패인식에 대해서 업무 경험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외부청렴도와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청렴도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올해부터는 각 기관의 부패사건 발생 현황이 새로운 평가 항목으로 반영됐다.
권익위는 공직자의 소극행정으로 인한 징계 현황, 기관장·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한 성(性) 비위 사건도 부패사건과 같이 청렴도에서 감점했다. 고위공직자가 연루되거나 기관 구성원들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부패사건, 자체감사 미흡으로 외부기관을 통해 적발된 부패사건이 많은 기관도 그 결과를 정성평가 형태로 반영했다.
올해 조사에서도 예년과 비슷한 흐름으로 외부청렴도 점수가 대체로 소폭 상승한 반면, 내부 청렴도 점수는 하락하는 경향이 유지됐다. 8.54점을 기록한 외부청렴도 점수는 전년 같은 조사 대비 0.01점 올랐다. 반면 내부청렴도(7.57점)는 전년 대비 0.02점 하락했다. 전반적으로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부동산 관련기관 청렴도 낮아…사익추구·이해충돌 부패위험↑
부패사건 발생으로 감점된 공공기관은 총 116개 기관(총 230건)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118개 기관·259건) 기관 수와 사건 수는 각각 감소했지만 평균 감점(0.23점)이 지난해(0.22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부패 유형별로는 행정기관의 경우 ▲금품수수(33%·56건) ▲직권남용(19.6%·33건) ▲향응수수(17.3%·29건) ▲공금 유용·횡령(10.7%·18건) ▲내부정보 이용 사익추구(8.3%·14건) 순으로 나타났다.
LH 등 27개 공직유관단체를 비롯해 부동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총 59개 공직유관단체의 청렴도 분석결과 종합청렴도와 외부청렴도 점수가 부동산 업무와 관련 없는 기관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업무처리 기준, 절차의 투명성·공개성 항목이 크게 취약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다만 이들 기관 내부 구성원들의 실제 부패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내부청렴도 점수는 다소 높게 나타났다. 구성원들은 조직문화와 부패방지제도 운영의 실효성이 스스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통계청 종합청렴도 1등급 중앙기관 유일…경찰청은 최하위
47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2000명 이상의 정원에 해당하는 Ⅰ 유형(22개 기관·2000명 미만은 Ⅱ 유형)에서 종합청렴도 최상위 1등급을 차지한 기관은 통계청이 유일했다. 통계청은 ▲종합청렴도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3개 항목 모두 1등급을 받았다.
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농림축산식품부는 종합청렴도 2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대비 각각 한 계단씩 순위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4등급이었던 국세청은 2계단 뛰어올라 2등급에 랭크됐다. 국가보훈처·국방부·농촌진흥청·벙무청·보건복지부는 지난해와 같은 2등급을 유지했다.
종합청렴도 3등급에는 문화체육관광부·법무부·행정안전부·환경부·관세청·문화재청·검찰청·식품의약품안전처 등 8개 기관이 선정됐다. 4등급에는 국토교통부·외교부·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질병관리청·산림청 등 6개 기관이, 최하위 5등급에는 경찰청이 각각 올랐다. 질병청은 올해 첫 측정 기관에 포함됐다.
정원이 2000명 미만인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Ⅱ 유형에서는 법제처와 새만금개발청이 1등급에 올랐다. 2등급 기관에는 통일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기상청 등 5개 기관이 선정됐다.
국무조정실·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인사혁신처·조달청·특허청 등 7개 기관은 3등급에 머물렀다. 4등급에는 교육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여성가족부· 방위사업청·소방청·조세심판원이 선정됐다.
◆보훈처·법제처 등 3년 내 2등급 유지…국세청 등 33개 기관 2계단 상승
최근 3년 간 1~2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기관은 59개 기관으로 조사됐다. 중앙행정기관(7개)에서는 국가보훈처·법제처·농촌진흥청·새만금개발청·통계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3년 간 꾸준히 2등급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2개 등급 이상 상승한 기관은 전체 33개 기관으로 조사됐다. 중앙행정기관에서 국세청이,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광주광역시가 각각 2개 등급 이상 상승했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강원도 삼척시, 서울시 서초구, 대전광역시 동구가 각각 3개 등급을 끌어올렸다.
내년도 평가부터는 그동안 분리 실시해왔던 청렴도 측정과 부패방지 시책 평가를 통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구체적인 평가모형과 평가지표, 결과·등급 산정방식을 전면 재검토해 통합 평가 체계에 적합하게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전현희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유발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일선에서 보다 적극적인적인 반부패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권익위는 이번 청렴도 측정 결과와 내년도 청렴도 평가 개편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국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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