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자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와 해외 주식을 잇달아 팔고 있다. 변동성이 높아진 장세에서 개별 종목으로 리스크를 지는 대신 상장지수펀드(EFT)를 통한 분산투자를 택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전날까지 3조328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2조1933억원, 기관이 9802억원을 각각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개인은 코스피에서 3조1896억원, 코스닥에서는 1417억원을 각각 팔아치웠다.
종목별로 보면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조6093억원어치 처분했다. SK하이닉스는 337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삼성전자우 2256억원, 기아 1125억원, 현대차 1040억원 등을 많이 팔았다.
개인들은 국내주식과 함께 해외주식도 매도하고 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 열풍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던 해외주식 보관잔액은 최근 오미크론 이슈로 감소세가 나타나는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1021억3100만 달러까지 상승했던 해외주식 보관액은 오미크론 확산세가 본격화하며 꺾이기 시작해 이달 7일 기준 981억3300만 달러로 떨어졌다. 최근 1주일(2~8일)간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2억9057만달러, 루시드그룹 1억7408만달러, 엔비디아 1억5406만달러어치 등을 매도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와 해외 주식을 처분하고 ETF로 몰리는 중이다. 중국 전기차와 미국 반도체, 기술주 등 유망 종목들에 개별투자하는 대신 ETF를 통해 분산투자하면서 변동성 장세에서 리스크를 낮추는 모습이다.
개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ETF 7573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826억원 매수 우위에 그쳤고, 기관은 9718억원을 순매도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를 2473억원 순매수했다. ‘TIGER 미국나스닥100’과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등도 각각 500억원 넘게 바구니에 담았다.
이어 ▲TIGER 미국S&P500 373억원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SOLACTIVE(합성) 345억원 ▲KODEX 2차전지산업 198억원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153억원 등으로 많이 사들였다.
업계에서는 오미크론과 함께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과 미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추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최근 연중 최저치(11월30일 종가 2839.01)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3000선을 웃도는 등 널뛰기를 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시장 참여자들은 오미크론 사태 발생 이전에 증시의 중심에 있었던 공급난, 인플레이션, 연준 통화정책으로 관심을 재차 집중할 것”이라며 “공급난이 본격 해소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나 공급난 문제가 실제로 해소되는 시기는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를 둘러싼 우려는 연말, 내년 초 사이에 정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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