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명품, MZ세대 취향저격… “한번 써보고 다시 팔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1일 03시 00분


명품 소유보단 사용 경험에 더 가치… 신제품-중고품 여부 크게 안 따져
업체 “20대 명품구매 260% 급증”… 중고 명품시장 큰손으로 떠올라
대기업도 앞다퉈 시장 뛰어들어

중고 스니커즈 시장의 성장은 명품 리셀 시장의 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명품 플렉스 붐을 타고 명품 리셀 시장 규모 역시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명품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보복소비 열풍으로 급성장했다.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4조9964억 원이었다. 2015년(12조2100억 원)과 비교하면 약 22% 성장했다. 올해 국내 명품 시장은 15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성비’와 가치소비를 중시해 중고 제품을 애용하는 MZ세대들은 명품을 소비할 때도 중고인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국내 중고 시장 규모가 5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급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중고 명품 역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별 업체들의 매출 상승률에서도 이런 성장세가 확인된다. 9일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 이달 8일까지 중고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어났다. 특히 20대의 중고 명품 구매가 264% 늘었는데,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명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 업체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리셀테크’(Resell+재테크) 열풍을 타고 명품에 집중하는 리셀 플랫폼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번개장터다. 번개장터는 당근마켓과 차별화하기 위해 명품 등 ‘취향 저격’ 아이템 거래를 지향하고 있다. 스니커즈, 명품 등 특화 리셀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열고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지난해 전년보다 30% 이상 성장한 1조300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해 서울 강남구에 번개장터의 초성에서 이름을 따 온 ‘bgzt(브그즈트)’ 매장을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롤렉스, 샤넬 등 중고 명품을 판매한다.

중고 명품 시장의 가능성에 유통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AK플라자는 최근 비대면 무인 중고 명품 자판기를 업계 최초로 경기 분당점에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타트업 중고 거래 업체인 ‘파라바라’, 온라인 중고 명품 감정 업체 ‘엑스클로젯’과 손잡고 명품 가방, 지갑 등을 판매한다. 판매자가 모바일 앱에 상품 사진과 가격을 등록한 뒤 무인 자판기에 넣어두면 구매자가 자판기 결제기에서 값을 지불하고 상품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백화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명품 시계 리셀숍(재판매점) ‘용정 콜렉션’을 선보였다. 유명 브랜드의 빈티지 제품이나 단종된 명품 시계 등을 모아 놓은 것이 특징이다. 명품 시계 수리와 스트랩 교체 등 작업도 하고 있는데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소비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을 소유하기보다 사용했다는 경험에 더 가치를 두는 이들에게 명품은 비싸지만 되팔 수 있는 상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에게 중고 물품은 경험재”라며 “특히 중고 명품은 투자 가치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에 중고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상품으로 여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 명품#mz세대#사용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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